▲ 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
가장 압권이었던 영화는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었는데요.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 중 주저 없이 최고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유머, 사람과 동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해피엔딩까지 모두 다 흐뭇했지만 특히나 더 좋았던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뮤지컬 대작을 보는 것처럼 이번 '겨울왕국'은 배경 음악들이 하나같이 좋았죠.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에서 모티브를 따온 '겨울왕국'은 여주인공 엘사가 부르는 주제가 'Let it go'가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로 가슴을 파고들더군요. 엘사가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눈부시게 화려한 영상미는 이 영화의 백미였는데요. 엘사의 여동생 안나가 어릴 때 언니에게 눈사람 만들면서 같이 놀자며 부른 노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과 엘사와 안나가 같이 부른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역시 참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의 노래였습니다. 4D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과 생동감 넘치는 매력도 단연 압권이더군요. 엘사의 노래 목소리 주인공인 '이디나 멘젤'은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이라고 하던데 호소력 짙은 가창력이 정말 대단했죠. 겨울왕국은 역대 디즈니 작품들과 달리 흉물스런 악당이 나오지 않은 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요. 엘사와 안나의 뜨거운 자매애가 특히 감동적으로 다가오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더군요. 귀엽고 유머러스하면서 희생적인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눈사람 '올레프'와 익살스런 순록 '스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 순수한 깨알웃음을 선사하는 이 작품을 보노라면 마음이 절로 행복해지죠.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마음을 선하게 정화시켜주는 매력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욕쟁이 70대 할머니 나문희가 영정사진을 찍으러 들어간 청춘사진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의 스무살 꽃처녀 심은경으로 돌아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설정의 코미디영화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의 천연덕스러운 할머니 연기가 압권인 영화였습니다. 배꼽 빠지는 웃음 뒤의 코드는 감동의 가족애였죠. 박인환, 성동일, 김현숙의 감초연기와 더불어 마지막 엔딩신에 보너스로 깜짝 등장하는 카메오 김수현에 이르기까지 온갖 흥행요소는 다 버무려놓은듯한 황동혁 감독의 솜씨가 놀라웠습니다. 영화에서 심은경이 부른 복고풍 노래 '빗물'과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도 인상적이었죠. 미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노래 부를 때의 심은경은 영화 '플랜맨'에서의 한지민만큼이나 깜찍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심은경은 영화 '써니'에서 이미 그 천부적인 코미디배우로서의 재능을 봤던 터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타고난 코미디 배우라는 사실을 각인시켰죠.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뜨거운 가족애가 가슴을 뭉클하게 적시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GV가 선정한 무비꼴라쥬 영화였던 예술영화중 프랑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담담하게 흐르지만 감동과 여운은 아주 오래도록 남는 영화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과 공동주연을 맡았던 두 여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레아 세이두 모두에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다죠. 동성애를 다룬 퀴어영화를 집요할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하게 연출한 감독과 몸을 사리지 않고 실제상황처럼 눈물, 콧물 뒤범벅된 리얼 연기를 보여준 두 여배우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사랑의 환희, 그리움, 질투, 정열, 괴로움, 아픔을 너무도 절절히 보여주던 아델의 모습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션임파서블 4'에서 미녀 킬러로 나왔던 레아 세이두의 파란 커트머리와 중성적인 매력이 함께한 눈빛도 뇌리에 선하네요.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가슴 따뜻하고 잔잔한 가족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일본의 톱스타 훈남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주연으로 만든 가족영화였는데요. 귀여운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실제상황처럼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가슴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도 감동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영화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영화의 잔상이 길게 여운으로 남으면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것 같습니다. 우리네 삶도 영화처럼 감동의 해피엔딩으로 여운을 남길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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