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발자국 같은 선생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육단상]발자국 같은 선생님

  • 승인 2014-02-18 14:05
  • 신문게재 2014-02-19 16면
  • 전인애 서천 화양초 교사전인애 서천 화양초 교사
▲ 전인애 서천 화양초 교사
▲ 전인애 서천 화양초 교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를 항상 생각한다. 그때마다 지금의 꿈을 이루게 해준 6학년 때의 선생님이 떠오른다. 내성적이고 발표를 두려워했던 내게 관심을 보여주시며 “인애답게 차분하게 하면 잘할 수 있을거야”라며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주셨던 선생님. 졸업식 땐 학생 하나하나에 코팅이 된 진심어린 편지를 주시면서 꼭 안아주셨던 선생님의 사랑.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먹먹히 남아있다. 이처럼 나도 앞으로 나의 제자들이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시골의 작은 학교에 발령을 받아 작년 처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5학년 5명의 아이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늘 새롭고 신비로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순수함을 잘못 물들일까봐 두렵기도 했다. 5명뿐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만큼 더 관심이 가고 그래서 더 진심어린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라 생각한다.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180도 변화하는 아이들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길 바랐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행동이 눈에 띄면 여러 번 싫은 소리를 하게 되었다. 인사를 예의 바르게 해라, 말을 예쁘게 해라, 수업시간에 집중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둥 갖은 잔소리로 혼을 내다가도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서 굵은 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릴 때는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씁쓸해졌다.

처음 한 달 동안 5명의 아이들을 지켜보니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했지만 배려심이 부족하여 각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였다. 수업시간에 의욕이 없어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던 대상이, 참을성 있지만 마음이 여려 잘 울던 은수, 쾌활하지만 말투가 조금 사나웠던 현선이,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셌던 혜림이, 행동이 조금 둔해서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태영이. 이 5명의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느껴지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유연하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고 조금씩 변화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기보다 “그런 행동을 해서 너의 마음이 어떨 것 같다”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리고 소외되는 아이의 행동에 더 관심을 갖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다. 나의 진심어린 잔소리가 아이들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2학기부터는 눈에 띄게 행동이 좋아졌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친구가 어려워하면 같이 도와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게 되어 교실 가득 웃음꽃이 필 때 교사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진지하고 진실성이 있다.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온 몸을 다해 진지하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도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 아프게 고민하던 일들도 잠시나마 잊고 편하게 웃을 수가 있다.

나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내 뒤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눈밭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걸어와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길이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했을 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될 수 있는 사람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언젠가는 본인의 의지로 자신의 발자국을 당당하게 새길 수 있는 훌륭한 아이로 성장해 나가길 소망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