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인애 서천 화양초 교사 |
시골의 작은 학교에 발령을 받아 작년 처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5학년 5명의 아이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늘 새롭고 신비로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순수함을 잘못 물들일까봐 두렵기도 했다. 5명뿐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만큼 더 관심이 가고 그래서 더 진심어린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라 생각한다.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180도 변화하는 아이들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길 바랐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행동이 눈에 띄면 여러 번 싫은 소리를 하게 되었다. 인사를 예의 바르게 해라, 말을 예쁘게 해라, 수업시간에 집중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둥 갖은 잔소리로 혼을 내다가도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서 굵은 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릴 때는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씁쓸해졌다.
처음 한 달 동안 5명의 아이들을 지켜보니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했지만 배려심이 부족하여 각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였다. 수업시간에 의욕이 없어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던 대상이, 참을성 있지만 마음이 여려 잘 울던 은수, 쾌활하지만 말투가 조금 사나웠던 현선이,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셌던 혜림이, 행동이 조금 둔해서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태영이. 이 5명의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느껴지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유연하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고 조금씩 변화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기보다 “그런 행동을 해서 너의 마음이 어떨 것 같다”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리고 소외되는 아이의 행동에 더 관심을 갖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다. 나의 진심어린 잔소리가 아이들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2학기부터는 눈에 띄게 행동이 좋아졌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친구가 어려워하면 같이 도와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게 되어 교실 가득 웃음꽃이 필 때 교사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진지하고 진실성이 있다.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온 몸을 다해 진지하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도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 아프게 고민하던 일들도 잠시나마 잊고 편하게 웃을 수가 있다.
나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내 뒤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눈밭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걸어와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길이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했을 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될 수 있는 사람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언젠가는 본인의 의지로 자신의 발자국을 당당하게 새길 수 있는 훌륭한 아이로 성장해 나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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