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레츠는 자투리시장을 매월 열고 주민들이 서로 자신의 물품을 교환해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든다. |
원도심레츠(대표 최장희)는 지역 내 좋은 이웃을 만들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 부족함 만큼을 서로 채워나가는 공동 나눔을 현실화한 마을기업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원도심레츠의 '레츠(LETS)'는 지역교환(고용) 거래체계인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의 약자다.
1983년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라는 섬마을에서 설계돼 시작된 이 시스템은 지난 1999년 한밭레츠가 대덕구에서 시작된 이후, 2012년 문화예술의 거리 대흥동에 '원도심레츠'로 새롭게 자리잡게 됐다. 같은해 3월에 대전시로부터 마을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원도심레츠는 다른 마을기업과는 달리, 실체가 있어 물건만을 파는 품앗이 마을기업이 아니다. 이 곳은 가상의 화폐를 활용해 지역 품앗이가 활성화될 수 있는 하나의 마당(플랫폼) 개념이 반영돼 있다. 두루라는 가상의 화폐를 서로 주고 받으며 자신이 생산한 농산품을 팔 수도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 대가를 현금이 아닌, 두루로 되받을 수 있다. 두루는 원도심레츠의 구성원들이 현금 대신 사용하는 화폐다.
현재 1가구당 1계좌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670여 개의 계좌가 개설된 상태다. 1000두루는 현금 1000원과 동일한 가치가 있다. 대부분 두루와 현금을 같이 사용하는 데 전체가격의 20~30% 이상을 두루로 거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원도심레츠는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물품이나 노동을 자신이 필요로하는 물품 등으로 바꿔 제공받을 수 있는 다자간 품앗이 제도의 집합체다.
원도심레츠는 다양한 활동 가운데 자투리시장을 매월 열고 주민들이 서로 자신의 물품을 교환해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든다.
뿐만 아니라 대흥동 인근에는 두루 가맹점이 있어 지역민들이 현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두루를 활용해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가맹점은 산호여인숙을 비롯해 북카페 이데, 공감만세, 계룡문고 등 30여 곳에 달한다.
또 원도심레츠는 대흥동 한쪽 건물에 카페 형태로 주민쉼터를 제공하는 한편, 두루 등록도 해준다.
여기에서 최근에는 대흥동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로컬푸드를 활용한 점심(밥상나눔)도 제공한다. 원도심레츠 회원사나 가맹점에서 애용하고 있다.
향후 원도심레츠는 유랑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에 찾아올 수 없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최장희 대표는 “돈이 없어도 이웃이 있으면 같이 살아나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개념에서 원도심레츠가 출발했다”며 “원도심레츠가 수익을 내고 물건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간의 원활한 품앗이 공유를 통해 마을이 보다 활기넘치고 살기좋은 곳으로 변화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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