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등으로 갈수록 대학 경영이 궁핍해지는 상황에서 소송결과에 따라 거액을 학생들에게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공립대 학생들이 각 대학 기성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소송은 2심까지 학생들이 이겼다.
법원은 기성회비를 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잇달아 내렸고 이제 올 상반기 대법원 판단만 남았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대학가에서는 대법원도 학생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성회비는 학교 시설 설비비와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경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에 합산돼 학생들에게 청구되는 데 국립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역 국립대 중에서는 충남대가 70%, 한밭대의 경우 더욱 높아 무려 95%에 달한다. 예컨대 한밭대 특정 학생 1명의 한 학기 등록금을 200만 원으로 가정할 때 이 가운데 190만 원이 기성회비이며, 10만 원이 수업료인 셈이다. 기성회비를 징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국립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지역 국립대가 올 상반기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지역 국립대는 일단 새학기 신입생 및 재학생 등록금 고지서에 기성회비를 포함해 발송할 계획이다. 만일 법원 판결처럼 기성회비를 낼 의무가 없다며 납부를 거부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제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기성회비 반환소송에 참여한 지역 국립대 학생은 충남대 10명, 한밭대 2명에 불과, 소송전이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이 반환소송에 30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문제는 대법원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을 경우다. 이럴 경우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소송참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지역 국립대는 가슴을 졸이고 있다.
소송인단 규모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지만, 소송액수만 최소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달할 전망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운영 중인 기성회비 반환소송 카페에는 충남대, 한밭대, 공주대 등 지역 국립대 학생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대법원이 학생 손을 들어줘 반환소송이 본격화되면 이를 감당할 재원이 없는 상태로 대법원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학생들의 소송이 반드시 돈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소문도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