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규석 한국폴리텍Ⅳ대학장 |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아교육, 초중고·대학의 학교교육이 교육 전부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일반인을 위한 교육은 시장원리에 맡겨져 필요한 사람이 돈을 내고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남겨 있었다. 때문에 공교육은 학교 담장 밖을 넘어가지 못했고, 일반인의 교육 욕구는 경제적 여건과 빈약한 교육 내용 때문에 충족되지 못했다.
최근의 급격한 사회 경제적 변화, 날로 팽창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에 적응하려면 학교교육 외에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기술진보와 정보화 사회의 확산, 새로운 직종과 직업군의 등장은 직업능력 개발과 재교육이 필수적임을 입증하는 현상들이다. 학교교육의 불평등이 학교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민계층에 대한 직업교육 확대, 고령 세대를 위한 짐 내려놓기 교육 등 인생의 전환기마다 다양한 교육 내용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교육을 학교의 독점기능으로 이해하는 전통적 개념은 더는 적절하지 않은 시대상황이 되었다.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 역량개발, 교육기회를 놓친 중년기의 대체 학력 취득, 직장인을 위한 재교육, 중고령자의 취업과 건강관리 활동,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재취업 교육 등 소위 말해서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OECD는 1970년대 중반부터 직장인을 위한 재교육(순환교육)을 평생교육의 목표로 삼았고, 경제위기 이후에는 정규 트랙을 벗어난 사람들이 일-학습을 병행하면서 교육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인 교육 형태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교육부가 3차 평생교육진흥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평생학습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는 취약하고 여전히 학교라는 형식을 중시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고용노동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전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평생직업능력 개발과정 개편, 일·학습 병행제 구축, 베이비부머 세대 교육, 경력단절 여성의 재교육과 같은 시책을 통해서 고용과 성장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쏟아져 나오고, 50대 중반의 은퇴 후 10년간은 소득절벽을 경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려면 생애 주기에 맞는 직업교육이 갖춰져야 하고, 인생 2막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껏 우리의 교육이 대학을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종료되는 종점교육 방식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학교만이 학력을 생산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곳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으로부터도 탈각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야말로 일과 학습의 병행시대, 평생학습 시대의 장애물이다, 이제 학교교육이 가진 좁은 한계와 담장을 허물고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학 이외에 기업체,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평생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범부처적인 공동 네트워크 구축도 긴요하다. 청장년과 여성을 포함한 경제활동 인구는 교육투자로서 접근하고, 노인과 장애인은 학습할 권리로서 언제 어디서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과제다.
교육은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쳐 제공되어야 한다. 일정 기간만 교육을 받아야 한다거나, 학교교육이 곧 교육 전부라고 보는 생각은 반쪽만의 시각이다. 직업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이 교육의 가장자리 영역은 결코 아니다. 교육의 장은 원래부터 하나였으며 학교교육, 평생교육이란 용어는 그저 편의적으로 나눈 개념일 뿐이다. 오히려 재정투자가 더 필요한 곳이 평생교육 영역이다.
앞으로 대략 10년간 16만 명의 대학정원 감축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유휴시설을 산업체 재교육, 직업교육 시설로 활용하는 등 대학과 기업, 지역을 포괄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가의 재정적 역할은 물론이고 직업교육에서 심리 문화적 교육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제공하여 제2의 직업 획득, 제2의 인생을 풍부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국민의 학습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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