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영화 '변호인'에도 등장했던 애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표현이 나온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실을 반추하여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일으킨 만주사변이 아주 좋은 예다.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만주를 점거하기 위해 봉천(奉天, 지금의 심양) 외곽에서 스스로 만주철도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측 소행이라고 트집잡아 군사행동을 개시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그럴 일이 있겠느냐 하고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 오늘날 일본의 독도영유권 갈등에 대한 왜곡된 방법을 보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독도문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서는 짐작할 수밖에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의 도발에 철저히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한일간 풀 수 없는 외교3종세트가 바로 독도문제, 종군위안부문제, 야스쿠니신사참배문제 등인데, 최근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일본의 정치인들 뿐만이 아니라 민간단체에서도 지나치게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게다가 유치할 만큼 감정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이성적으로 대처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혀 일본답지 않은 측면을 바라보면서 이 싸움 좀 오래가겠다 싶은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흥분하거나 감정적인 모습은 감추고 냉철한 이성(cool head)으로 대처해야 한다. 냉철한 이성이란 바로 정확한 정보력과 외교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해서 일본이 묵인한 상태로 천년 만년 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포기하지 않는 한 영토싸움은 오늘이냐 내일이냐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독도 영유권 다툼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작은 사건에서 국가의 존폐가 걸린 역사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개입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일본에 대한 학습효과는 충분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 36년간 식민지배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방법이다. 1876년 일본이 군사력을 동원한 강압에 의해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시점부터 우리는 일본에게 지배당했다고 봐야 한다. 당시의 불평등조약은 일본의 식민주의적 침략의 시발점이 되었고 서양 세력들에게는 수교의 위협을 받으면서 결국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권과 각종 지하자원을 강탈당하게 된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 외에 영토분쟁을 다투고 있는 쿠릴열도분쟁, 센카쿠영토분쟁에서 보이는 차분하고 절제된 외교와는 달리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유독 큰소리 치고 우습게 보는 일본의 행동을 보면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임을 새삼 느끼게 되며, 이럴수록 국력을 키워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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