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차단술… 비용절감과 환자 만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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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차단술… 비용절감과 환자 만족도 높아”

하반신 '신경차단술' 4년전 국내 첫 도입 후 2500례 동안 의료사고와 실패없어 3년 실랑이 끝에 작년부터 마취술 인정…개인의 이익 아닌 공익목적 위한 것

  • 승인 2014-02-17 13:34
  • 신문게재 2014-02-18 10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금은 전문질환센터 시대' 충남대병원을 가다]
-3.류머티스·관절염센터 명의 강찬 교수

▲강찬 정형외과 교수
▲강찬 정형외과 교수
일반 정형외과 수술실 풍경과는 다르다. 수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마취과 의사가 없다. 통상 정형외과 수술을 위해 1시간 이상 마취하고, 환자들이 수술을 기다렸던 것과는 다르다. 정형외과 의사 홀로 마취도 하고, 수술도 한다. 이색 풍경은 충남대 관절염센터 정형외과 강찬 교수가 주인공이다.

▲마취의 혁명을 일으키다=발목수술, 무릎수술을 하지만 강 교수는 통상적으로 하는 척추 하반신마취나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다. 대신 '신경차단술'을 시행한다.

신경차단술은 하체에 내려가는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시술로 4년전 강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시술이다.

신경차단술은 주로 상체에만 국한돼서 시행했고, 상체 신경차단술은 주사 한 곳만 놓으면 된다. 하체 신경차단술의 경우 정확하게 시술해야하는데다 시도된 적이 없었던 시술이었다. 작은 수술인데 하반신 마취와 전신마취를 할 경우의 합병증을 감안하면, 신경차단술은 획기적인 도전이었다.

강 교수가 처음으로 하반신 신경차단술을 도전한 계기는 간단하다. 1차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금속제거 수술을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화돼있었다.

이유는 마취때문이었다. 동네병원에서는 마취과 의사를 상주시키지 않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를 초빙하게 되면 환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의료수가보다 2배 이상을 마취과 의사에게 지불해야 한다. 수익이 남지 않는 동네병원은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강 교수는 동네병원들에게 도움도 되고, 환자들도 큰 병원에 가지 않고 간단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강찬 교수는 “마취때문에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라고 본다”며 “이 방식을 정립하면 개원의 선생님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자극기를 통해 신경을 찾아내는 방안도 있었지만, 초음파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초음파 렌탈을 받아 이 시술을 시작하게 됐다.

신경차단술은 마취준비시간이 필요없다. 의료비 절감이나, 환자 만족도 역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마취에 의한 사고나 실패도 전혀 없었다. 신경차단술 마취 2500례에 이르고 있지만 환자 만족도 역시 높은 수준이다.

하체 신경차단술은 통상 2~4곳을 실시하며, 의료수가는 1만9000원이다. 환자 부담비는 20%인 4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신 마취나 전신마취를 할 경우 마취료는 7만원이지만, 마취를 하기까지 심장과 각종 혈액검사료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마취과 학회의 견제를 받았고, 오랜시간 싸움을 벌여왔다.

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결정해 병원에 지급을 했다가 마취과학회에서 이의제기를 하면 인정해주지 않는 등 수가결정 번복을 여러차례 당했다.

그러던 것이 3년동안의 실랑이 끝에 마취목적의 신경차단술도 인정을 받게되면서 지난해부터 심사 지침도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공공의 적일 수 있지만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목적으로 도전하게 된 것”이라며 “개인적인 지적재산이라기 보다는 빨리 전파되면 환자들과 개원가 선생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 따뜻한 시골 의사=강 교수는 중학생 시절 의사의 꿈을 키웠다. 금산군 시골 출신으로 동네에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많은 고통이 따르고 가족까지 아픔을 겪는 모습을 보고 강 교수는 '내가 의사가 되면 정신지체 환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작은 꿈을 갖고 있었다.

부모님은 문과를 가서 법대에 갈 것을 희망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6년의 의대 등록금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교수는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지원을 감행하면서 의과대학을 선택했다. 어린시절부터 꿈꿔오던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장애인을 위한 마음을 키워왔던 그는 장애를 덜 만들기 위한 정형외과를 선택했다. 재활의학과도 생각했었지만, 만들어진 장애를 회복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잘 치료하면 장애가 안남는 액티브한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다.

강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는 그런 이유로 정형외과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발을 전공하면서 당뇨족 등의 이유로 장애를 더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환자들에게 강 교수는 따뜻하지만 엄격한 의사다.

그도 그럴것이 당뇨성 족부 궤양, 일명 당뇨발은 자칫 하는 실수에 발을 절단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당뇨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회복 속도는 떨어진다. 발에 상처가 생기면 일반인들은 바로 낫지만 당뇨환자는 방치할 경우 낫지 않고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오라는 교육과 보호자 교육 등을 강하게 하고 있고, 때로는 혼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성 궤양으로 절단을 앞둔 환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환자의 가족이나 자녀의 발가락을 본적이 있는가? 어르신 발가락에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지금은 발가락이 죽은 것이니 어르신 것이 아니다. 발가락이 3개만 남아도 대중목욕탕을 가도 아무도 어르신의 발을 보지 않는다.”

마음치료까지 하는 강 교수의 마음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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