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충남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돌봄 수요조사를 한 결과 1·2학년 희망학생은 대전 6436명으로 집계됐다.
충남은 지난해보다 35% 급증한 1만 3000여 명이 돌봄교실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운영한 것과 달리 올해 1~2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오후 5시까지(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자녀는 밤 10시까지) 무상으로 돌봐주기로 발표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또 올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2007년 출생한 황금돼지띠 어린이들의 초교 입학으로 희망자가 폭증했다.
이에 대전교육청은 2014년도 예산으로 109억 5900만 원을 편성했지만, 현재 53%만 확보돼 늘어난 학생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새 학기가 되면 기존 조사와 달리 돌봄교실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일반교실을 돌봄교실로 함께 쓰는 겸용교실의 경우 설계·리모델링 등 시설을 완료하는 데 한 달 가량 소요돼 3월 개학과 동시에 전면적인 돌봄교실 확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새 학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학부모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인력·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 수요만 늘어날 경우 돌봄의 질이 떨어질 거란 우려에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김모(38)씨는 “학교에서 수요조사를 할 당시에는 망설였지만 다른 부모들도 많이 신청했다고 들어 돌봄 서비스를 신청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공교육 기관의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사실 불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교의 서비스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설학원으로 고개를 돌리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수업이 끝난 후 영어ㆍ수학 등 보습학원이나 태권도ㆍ피아노와 같은 예체능학원을 수강한 후 해당 학원에서 학부모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아동을 맡아주는 방식의 '돌봄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요와 돌봄교실 수 증가, 교육부 지원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경에서 부족한 사업비를 확보할 것”이라며 “3월부터 돌봄교실을 운영하는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돌봄교실 확대 사업은 올해 1~2학년 일반 학생, 2015년 1~4학년, 2016년 1~6학년으로 대상이 늘어난다. 저소득층 및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자녀는 학년·시기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