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환 연세 남인환피부과 원장 |
최근 정부의 의료영리화 방안과 원격진료에 대한 밀어붙이기식의 행정행태는 의협을 중심으로 많은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 앞으로 험한 상황을 예견하게 한다. 국민의 보건의료 영역에 엄청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정책들을 왜 처음부터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들과 속 터놓고 계획하고 상의하지 않았을까?
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큰 틀에 얽매여, 보건의료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이해하려는 경제 관료들의 경직된 사고 때문에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건강권이 경제논리 속에 함부로 휘둘리게 되어 버렸다. 올바른 진료행위를 통해 정상적인 병원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부가적인 자영리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고 이를 병원경영에 보태어 쓰라'는 정부의 병원영리화 방안이나, '노약자들과 소외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더 좋게 하겠다'는 원격진료문제는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전혀 불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병원영리화나 원격진료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공공의료 분담율이 7%정도 밖에 안 되며, 이미 민영화된(정부투자가 아닌 의사 개개인이 투자하여 설립 운영한다는 의미) 소규모 의원급의 의료시장 분담비율이 70%가 넘는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특성상, 향후 의료수요의 심각한 중앙 집중현상을 유발, 결국 작은 동네의원들의 대규모 폐업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게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인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엔 보건의료산업이 거대 산업자본에게 잠식되고 집중화되어, 동네 의원들과 작은 중소병원의 붕괴를 가져와서, 많은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단체들이 걱정하는 경제논리에 따라 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과 비슷한 의료민영화 상태가 되게 될 것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국민의 기본권이며 생명에 관련된 보건복지문제를 경제 산업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계획하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기획팀의 시각이 매우 위험하고 염려스럽다.
얼마 전의 말 많았던 철도 파업과 달리 의료파업은 '기차 대신 버스라도 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대체수단이 없다. 따라서 사회적인 파장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목숨이 담보되어진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의료파업은 반드시 제고 되어야한다. 그렇다고 생명을 저버린다고 의사의 윤리적 약점을 구실로 '파업하는 의사들이 무조건 잘못이다'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더욱 안된다. 의료보험이 시작된 지난 36년간 어려웠던 국내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보건의료시스템을 꾸려온 의료인들의 희생과 노력을 이젠 국민들도 알아주어야 하고, 정부도 그들의 진정성어린 충고에 한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염려하고, 보건의료 현황을 개선하기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현재 한국의료보험제도의 속 깊은 문제점(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전문가 집단의 지적과 충고를 받아 들이고, 일방적인 관료중심의 정책결정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더 나은 보건의료 복지환경을 위해서는 '보험부담률의 현실화'라는 뜨거운 감자가 있음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게 정책적 노력을 정부가 주관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보다 많은 복지혜택을 위해서는 사용될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이는 수혜자인 국민의 주머니에서 더 많이 보험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며, 이 사실이 '앞으로 더 나은 보건의료를 위한 보건복지정책의 첫 걸음이다'라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삶의 수준에 맞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건전하고 안전한 구축을 위해서는 적절한 의료수가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사실도 진실되게 알려야 한다.
이제 정부는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적으면 제대로 된 보건복지혜택도 적을 수 밖에 없고, 적절하게 지불되는 비용 속에서만 제대로 된 좋은 의료서비스가 존속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이런 노력이 있어야만, 보건정책에 깊은 불신과 반발을 보이는 현재의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발생할 의료대란을 예방할 수 있다. 앞으로 보다 나은 보건의료 시스템의 개혁과 발전에 동참하는 의료계의 지지와 협력를 구할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제대로 지키면서 더 효율적인 의료복지혜택을 넓힐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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