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변별력이 떨어지면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이 더욱 증가하는 '풍선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3일 경기도 안산 서울예술대학에서 2014년 주요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쉬운 영어' 수능 정책이 단연 눈에 띈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출제과목을 '영어Ⅰ'과 '영어Ⅱ'로 한정키로 했다.
'영어 독해와 작문'과 '심화 영어회화' 등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과목은 제외했다. 또 난이도가 높은 '빈칸 추론 채우기'의 출제 문항 수를 줄이고 지문길이 축소 추진 등으로 수능 영어에 대한 수험생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정책은 영어를 쉽게 출제해 좀처럼 식지 않는 사교육 광풍을 잡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쉬운 수능 출제, 수능영어 심화과목 배제, 시험지 분량 축소 등을 추진하고 유치원과 사립초의 영어 몰입교육도 금지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선 이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쉬운 영어'에서 수험생 간 변별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수학과 국어 과목의 사교육이 현재보다 오히려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번지 수'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과목은 영어가 아닌 수학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고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전언이다. 과목별 사교육비 역시 수학만 유독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가 지난해 통계청과 공동으로 벌인 '2012년 사교육비 의식조사' 결과 수학은 6조 2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영어 국어 예체능 등 대부분 과목은 사교육비가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들은 이날 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진보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쉬운 수능으로 입시부담을 줄인다고 하지만 논술, 면접, 수능, 내신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그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에서 입시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연합회도 “사교육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은 고교를 고교는 중학교를 중학교는 초등학교를 점수 중심의 선발경쟁으로 종속시키는 데 있다”며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입시전형에 대한 전향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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