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억수 ETRI 창의미래연구소 팀장 |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와 창조계급이라는 책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가 창조성이 높으며, 경제적 생산성 또한 높다고 밝혔다. 그는 창조적인 공동체의 기준으로 하이테크지수, 보헤미안지수(히피들의 밀집도), 도가니지수(다양한 인종과 국적), 게이지수(동성애자들의 밀집도)를 내세웠다. 문화적 다양성과 개방성, 관용(톨레랑스)이 곧 구성원의 창의성을 높이고,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사점은 과학기술정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R&D는 전문가들에 의해 오롯이 진행되는 탑다운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즉 바텀업 방식도 중요하다. 일반인집단이 꼽는 미래유망기술은 잠재적 시장성을 내포하는 것, 즉 'Need 아이템'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민들로부터 얻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정책적으로 함께 발전시켜 경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 이것이 곧 창조경제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국민이 상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창의IT융합 아이디어 캠프'를 들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의미래연구소(소장 손승원)가 주관하는 '창의IT융합 아이디어 캠프'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IT 집단지성에 접목해 미래유망 기술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R&D로 연결시키는 국민 제안 R&D 프로그램이다. '창의IT융합 아이디어 캠프'는 국민들에게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있으면 좋을까?', '미래세상의 모습은 어떠할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이에 초등학생부터 주부, 나이가 지긋한 직장인까지… 지난 2011년부터 약 3300여 팀의 많은 공모자들이 참신한 기술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로 응답했다. 아이디어에는 인간의 목소리 멜로디를 악보로 자동제작 및 기록하는 기술, 스포츠경기 관람 시 시청자들이 원하는 선수를 선택해 1인칭 시점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촉감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촉감 전송기술, 움직이는 고속도로 벨트 등 기발한 발상들이 선보였다.
'창의IT융합 아이디어 캠프'는 수상자 선발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창의캠프로 초대한다. 창의캠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자 타 공모전에서 보기 드문 존재가 바로 '멘토'다. 창의캠프에서는 연구원, 교수, 변리사 등 다양한 멘토로부터 멘토링 지도를 받으며 수상자들의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받는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과학교육과 융합의 현장이다. 창의캠프에서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집단지성이 더해져 더욱 강력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여러 미래기술 요소가 결합되어 더 큰 미래 시나리오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마침내 자신의 아이디어가 국가 R&D 정책과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진주알 같은 아이디어가 실제 국가 R&D 과제로 채택되어 현실로 실현되는 것이다.
IT강국 우리의 창의성은 국민들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 남녀노소 전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며, 과감하거나 엉뚱한 생각에도 멘토와 멘티들이 달라붙어 현실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무궁무진하게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과정, 이것이 우리 R&D 현장 한 편에서 피어나고 있는 또 다른 열정이다.
올해도 최근에 오픈한 창조경제타운을 비롯해 '제4회 창의IT융합 아이디어 캠프'가 국민들의 반짝이는 촉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도 'Technology Push'에서 'Market Pull'로 터닝할 시점이다. 국민 참여형 R&D의 장이 더욱 활성화 되며 실속을 다져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 IT의 창조지수와 창의지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비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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