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주부 성모(47·중구 선화동) 씨가 첫째 딸의 고교 입학을 앞두고 쓴 돈이다. 값비싼 학용품이나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은 자녀의 과시형 소비습관을 불러온다는 주위의 우려에도 소위 '기죽이지' 않기 위해 출혈을 감내해야만 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43)씨도 새 학기를 앞두고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학교에서 참고서를 수업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새 학기를 맞아 수십만 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참고서를 다 사주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연히 사야 하는 EBS 교재와 국·영·수 외의 다른 과목 참고서까지 합치면 참고서 값만 몇 십만 원을 웃돈다”며 “다 사주지 못해 혹여 내 아이가 뒤처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입학 시즌이 다가왔지만, 입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하나, 둘뿐인 자녀의 입학과 신학기를 준비하는데 지출이 많아 가계에 주름살이 지고 있는 것. 12일 지역 서점과 대형 마트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참고서 한 권 당 1만 5000원~2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가격이 오르는 등 기능과 디자인이 거의 변하지 않았음에도 입학 관련 물품 가격은 상승했다.
새 학기, 새 기분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공책, 연습장, 필기구 등 학용품도 가격 인상에 예외는 아니다. 학용품의 경우 노트(1권) 700원~1000원, 필통(1개) 2000원~8000원, 샤프(1개) 1000원~1만 3000원, 크레파스(1세트)는 3500원~1만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K 서점 직원은 “매년 책 표지가 바뀌면 가격 변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ㆍ고교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퍼나 신발, 가방 등을 갖추려면 최고 1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실제 고교생들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A 사 제품 점퍼는 70만 원 대에 거래됐으며,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백팩은 10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학년이 오를 때와 학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 준비해야 하는 교과서 값은 올해도 상승폭이 컸다.
교육부가 규제완화위원회에 제출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신설·강화 규제 심사안'자료에 따르면, 출판사들이 교육부에 제출한 2014학년도 고교 교과서 희망 가격은 평균 1만 955원으로, 전년 교과서 정가 평균(6325원)보다 73.2% 높아졌다.
이처럼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은 교복·교과서 값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참고서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살림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학부모 A 씨는 “요즘 청소년들은 브랜드와 디자인 등을 중시하는 탓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안 사줄 수 없어 부담이 크다”며 “한 달 평균 생활비의 3분의 1을 새학기 준비에 들여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영·천안=윤원중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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