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AI 역학농가 피해보상 사각지대

도내 68곳 222만마리 이동제한 직격탄 출하 묶인채 사료값 부담까지 '이중고'

충남 도내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잠잠한 가운데 역학농가 이동제한 조치에 따른 가금류 사육농가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적당한 때가 되면 닭이나 오리를 출하해야 하지만, 이동제한으로 발이 묶이면서 출하지연에 따른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사료비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12일 도와 양계협회 충남도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부여와 천안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해당 농가와 반경 3㎞ 내에 위치한 6개 농가 18만5000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다.

AI 감염으로 살처분이 이뤄진 농가는 피해손실분의 80%를 보상받게 되며,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된 농가는 AI 감염이 나오지 않을 경우 100% 피해 보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AI 역학농가들은 피해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AI 발생농가와 10㎞ 이내에 있거나 역학농가라는 이유만으로 이동제한 조치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액은 쥐꼬리만 하기 때문. 이같은 도내 AI 역학농가는 68개 농가에 이르며, 닭과 오리 등 222만6756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천안이 13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당진(11곳), 논산(10곳), 부여(9곳), 아산(5곳), 보령(4곳), 청양(4곳), 홍성(4곳), 공주(2곳), 예산(2곳), 서천(2곳), 서산(1곳), 금산(1곳)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예산의 A 농가는 육계 10만 마리를 열흘 전에 출하했어야 하지만, 가금류 반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어서 출하를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구나 하루에 사료값만 수 백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다.

보령에서 산란계 9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B 농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동제한으로 상품을 납품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도내에서 양계농장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입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차라리 AI라도 걸리면 살처분 대상이라도 되면 보상받을 수 있을텐데 이도저도 안돼 막막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동제한 농가 지원방안으로 AI 경계지역 내 농가 및 역학관련 농가에 대해 최대 50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키로 했으나, 농가 피해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이처럼, AI가 발생하지 않은 역학농가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어 정부의 전량수매 등 농가지원방안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성 대한양계협회 충남도지회장은 “AI 발생농가와 살처분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은 있지만 역학농가들의 보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면서 “이동제한이 되면 판매가 제때 안돼 추후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양계농가들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