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인적 치부를 위한 전형적인 범행과 차이 있다”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나 올림픽을 통한 국위선양 공로를 새삼 재론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경영 관행 또는 경영적 판단까지 단죄하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에서 '면책'을 바라는 시선이 오히려 많았다.
총수 개인의 귀책사유를 강조한 지난해 판결은 대선과 맞물린 경제민주화 등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적법한 처벌'의 미명으로 기업인들을 심판대에 올린 모호한 규정은 손질해야 한다. 사회 정의와 경제 발전을 함께 고려하면서 포괄적인 배임죄 구성 요건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재판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시마 알 아라지 의장까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걱정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사안이기도 하다. 이라크와의 우호 및 문화 증진, 한국 기업들의 추가 수주 등 국익 차원에서, 그리고 충청권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도 환영할 일이다.
이제 한화그룹은 2010년 비자금 수사에서 시작된 멀고 험한 터널을 빠져나와 비상경영 체제에서의 오너 리스크를 말끔히 씻길 바란다. 한화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 대응에도 그 걸림돌이 일단 제거됐다. 경영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며 구명운동을 벌인 지역 경제계와 지역민의 의중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번 판결로 기업 경영 공백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차단됐고 우리 기업의 미래경쟁력이 악화되지 않는 길이 열려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김승연 회장 자신도 한국경제 발전과 국민 눈높이의 경영 관행 정립에 이전보다 큰 기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의 엄정함을 앞세운 상징적 판결 대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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