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강사 무기계약 피하려 '꼼수'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돌봄강사 무기계약 피하려 '꼼수'

충남 일부 초등학교 근로시간 단축 편법… 외부강사 초청으로 재정난도

  • 승인 2014-02-11 17:54
  • 신문게재 2014-02-12 5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충남 도내 일부 초등학교들이 돌봄교실 강사에게 무기계약 회피성 근로계약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도내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자녀의 방과후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강사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초등 돌봄 강사들은 단기간·시간 근로계약 등으로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돌봄강사들은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교장 눈치만 보는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충남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2년째 돌봄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초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갑자기 주 20시간이던 근무조건을 14시간 30분으로 줄이자고 했다. 오후 1~6시이던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3시 30분~5시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토요일 2시간 근무를 포함해도 총 15시간이 안 돼 무기계약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1주일 중 하루 또는 이틀을 다른 프로그램 강사를 초청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일부 학교는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하루 4시간 30분인데도 2명의 돌봄강사를 채용하거나 일부 강사를 초청해 근무시간 나누기 편법을 쓰는 것. 근무시간을 쪼개면 자연스럽게 무기계약 체결도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외부강사 수당(시간당 2만 5000원 이상)이 돌봄교사(시간당 1만 5000원)보다 1만원가량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재정이 어려운 일선 학교가 외부강사를 초청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계약한대로 제대로 임금 지급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음에도 오직 무기계약만 피하기 위해 이러한 편법을 쓰고 있다.

이처럼 도내 초등학교에서 유난히 빈발하고 있는 무기계약 회피 시도는 충남교육청의 돌봄교실 운영 지침에서 비롯됐다.

2011~2012년 초등돌봄교실 보육교사를 지난해 돌봄강사로 바꾸면서 2년 연속 근무 제한을 걸어뒀다는 게 해당 강사들의 전언이다.

또 정규수업 종료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을 제한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학교가 무기계약 조건인 주 15시간을 충족할 수 없도록 돌봄교실을 3시 이후에 가동하고 있다. 급기야 돌봄강사를 학부모로 대체하는 학교까지 나오면서 충남교육청이 무기계약 회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교육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강사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무기계약을 피하기 위한 편법은 없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