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도내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자녀의 방과후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강사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초등 돌봄 강사들은 단기간·시간 근로계약 등으로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돌봄강사들은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교장 눈치만 보는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충남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2년째 돌봄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초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갑자기 주 20시간이던 근무조건을 14시간 30분으로 줄이자고 했다. 오후 1~6시이던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3시 30분~5시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토요일 2시간 근무를 포함해도 총 15시간이 안 돼 무기계약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1주일 중 하루 또는 이틀을 다른 프로그램 강사를 초청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일부 학교는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하루 4시간 30분인데도 2명의 돌봄강사를 채용하거나 일부 강사를 초청해 근무시간 나누기 편법을 쓰는 것. 근무시간을 쪼개면 자연스럽게 무기계약 체결도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외부강사 수당(시간당 2만 5000원 이상)이 돌봄교사(시간당 1만 5000원)보다 1만원가량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재정이 어려운 일선 학교가 외부강사를 초청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계약한대로 제대로 임금 지급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음에도 오직 무기계약만 피하기 위해 이러한 편법을 쓰고 있다.
이처럼 도내 초등학교에서 유난히 빈발하고 있는 무기계약 회피 시도는 충남교육청의 돌봄교실 운영 지침에서 비롯됐다.
2011~2012년 초등돌봄교실 보육교사를 지난해 돌봄강사로 바꾸면서 2년 연속 근무 제한을 걸어뒀다는 게 해당 강사들의 전언이다.
또 정규수업 종료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을 제한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학교가 무기계약 조건인 주 15시간을 충족할 수 없도록 돌봄교실을 3시 이후에 가동하고 있다. 급기야 돌봄강사를 학부모로 대체하는 학교까지 나오면서 충남교육청이 무기계약 회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교육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돌봄강사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무기계약을 피하기 위한 편법은 없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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