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빈 한밭여중 교장 |
개학하는 날 아침에 김 선생님이 오셔서 조심스레 얘기하신다. 내 얼굴이 좋아보이지를 않았나 보다. 몸살 기운이 있어 조심했는데 숨길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얼굴인 모양이다. 아마 지난 겨울방학 전에 모이기로 얘기가 된 모양인데 필자가 잊은 모양이다.
오늘은 본교에 신규로 발령 받은 9명의 선생님들과 분기별로 한 번씩 모이는 날이다. 필자가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 이 모임은 어느새 1년 반이 지나고 이제 2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에는 교단현장에서 경험이나 연령이 낮아 혹 어렵게 지내시지는 않은지, 자취하시는 선생님은 어찌 지내시는지, 학생들과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살펴볼 요량으로 자리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든든함으로 뿌듯함은 내 차지가 되곤 한다. 자리를 파할 때 쯤이면 늘 ''아, 요즘 젊은 분들은 이런 곳에서 이렇게들 모여 얘기들을 하시는구나, 이런 열의라면 걱정은 기우지, 참 젊은 선생님들이 대단들 하시다'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개인적인 얘기로 시작해 제자들과 함께 사는 일로, 서로 간의 다양한 수업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가끔은 필자도 한 마디 거들면서 자연스레 컨설팅이 이루어진다. 수업이며, 체험학습이며, 새롭게 진행되어지는 자유학기제까지 요즘은 학급 편성, 생활기록부 작성 그리고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조심스레 선생님들의 의견이 교류된다.
'교육이 종교와 더불어 문화의 방향을 바꾸어 평등, 자유, 공존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의 선두에 서야 한다'는 어느 교육자의 얘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이미 교사가 되는 순간 역할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사랑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쳐 간다.
학교에서 정말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믿어도 될지 늘 우려하는 경계의 시선을 받고 있음에도 일선의 선생님들은 묵묵히 그 어려운 상황을 견디어 내고 있다. 당국에서 교원의 업무 경감을 위해 진력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교육 환경으로 인해 늘어나는 업무에 허덕이는 선생님들을 보면 미안한마음 가득하다.
나무는 먹줄을 받으면 곧게 되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진다고 했다. 필자는 늘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그 나름의 그릇대로 성장하게 해야 함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직원 전체를 총괄해 볼 때, 모든 조직의 성과는 '사람'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나 사람을 그것도 아이들을 품어가며 자신만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하는 학교라는 곳에서는 더 더욱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막 교단에 발을 내디딘 선생님들의 역할에 대한 지원은 한 사람의 교사가 매일, 매년 만나는 아이들의 수와 장면 속에서 생각해 보면 교사의 성장과 관련해 막중하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교사 한 사람은 다른 많은 학생들의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시대의 학교 교육은 평화의 도구여야 한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학교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기대감도 인정한다. 그러나, 미리 아궁이를 고치고 굴뚝을 세워 화재를 예방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우면서 요란하게 불을 끈 사람의 공을 칭찬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라고 했지만, 언제나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내일을 바라보고 오늘을 지켜내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선생님들의 수고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어요, 힘내세요 우리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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