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확한 근거를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기자(記者)랍시고 법원과 검찰, 변호사 등 법조계를 돌아다녀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사람들이 사고를 치면 가장 먼저 경찰서로 향한다.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처벌이 불가피하면 검찰로 송치된다. 검찰은 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추가 수사를 한 후 기소해 법원으로 넘긴다. 피고인이라는 호칭으로 변호사와 법정에 들어서면 법원은 죄의 무게에 맞는 형벌을 내린다.
대전지방법원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을 처벌하는 판사는 대략 16명 정도가 된다. 형사1단독에서부터 10단독까지, 그리고 재판장을 중심으로 3명이 심리를 하는 형사합의부 2개 등이 검찰에서 재판에 넘긴 이들의 죄를 따지는 형사법정이다.
형사법정에서 다루는 죄명은 다양하다. 음주운전과 단순 절도에서부터 살인과 폭력, 강간 등 강력범죄, 사기와 뇌물 등 헤아릴 수 없다. 1주일에 대략 형사법정에서 법의 심판(선고)을 받는 이들은 최소 100명은 넘는다. 이 중 70% 이상은 술, 20%는 여성과 관련한 성범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홧김에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상대방에게 욕설 한 번 했다가 고소되면 최소 수십만원의 벌금을 내고, 자칫 민사소송까지 번질 경우 수백만원까지 변상해야 한다. 단순 폭력을 넘어 옆에 있던 의자라도 들거나,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했다가 500만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는 이들이 넘쳐난다. 한잔만 마셨다며 운전대를 잡아 최소 대리운전비(1만원)의 300배가 넘는 벌금을 내고 그것도 모자라, 사고를 내서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할 돈까지 감안하면 가정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억울하다고 하소연 해봤자,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법정에서 아무리 눈물을 흘리고 후회해봤자 심판은 차갑다.
그런데 이런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서민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들어보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어마어마한 돈을 국가에 헌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재벌과 대기업 등 권력층과 부유층에게 가장 많은 불만이 있으면서도 국가 재정에 가장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을 탓하면 할수록 그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돌아온다. 한 달 수입의 몇 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싶지 않으면 행동에 앞서, 행동에 따른 책임을 떠올리는 사고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한 스님의 말씀처럼, 남을 탓하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끝이 안 난다.
이것이 법이다.
윤희진·법조 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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