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올림픽처럼 인간과 인류의 동질성을 상기시켜주는 장면을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구절은 성경 시편 8편에 나오는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라는 말씀이다. 하버드 대학 철학과 건물에도 새겨져 있는 이 유명한 구절은 인간의 존엄성이 창조주의 영광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명언이다. 특별히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며 이 구절이 더 절실하게 생각났던 이유는 지난 4개월간 1만4000여명의 손을 거쳐 6만5000㎞를 달리며 성화를 봉송했다는 기사 때문이다. 인간이 갈 수 있는 모든 장소를 방문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바이칼 호수 해저와 심지어 우주공간까지 거쳐온 성화는 인류의 위대한 염원을 그 어느 올림픽보다도 더 잘 상징하고 있다.
그러한 기대감으로 TV를 통해 개막식을 지켜보며 우리나라 선수단의 입장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이라서 그런지 200여개국이 참가하는 하계올림픽의 절반도 안되는 88개국만이 참가했고, 그나마 너무 빈약한 숫자의 선수단을 파견한 나라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 1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나라도 14개국이나 된다니 71명의 선수를 보낸 우리나라는 거의 강대국 수준이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안도라, 산마리노, 케이먼 제도 등 생소한 이름의 국가 선수단이 불과 서너명이지만 기쁘고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며칠 전에 있었던 전국대학총장 모임이 자꾸 생각이 났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총장들이 모이는 자리인만큼품격높은 대화를 기대할만한 모임이다. 그러나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당면과제로 인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벗을 길이 없었다. 특히 지방대학 총장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해 대학평가를 예고하는 교육부 당국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온통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수도권의 큰 대학들의 경우는 훨씬 여유가 있어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대학평가와 구조조정 문제에 임하는 것 같았다.
마침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교가 200여개이니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나라의 숫자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미국, 러시아, 독일 등 스포츠 강국들이 대부분의 메달을 독차지하지만 나머지 국가의 선수들도 나름대로 긍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림픽의 아름다움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도 이와 비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소수의 몇몇 대학 졸업생들이 우리나라의 요직을 많이 차지하지만 다른 많은 대학의 졸업생들도 우리 사회를 위하여 다방면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고유한 교육철학과 학문정신으로 양성한 졸업생들이 모교의 긍지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건실하게 지키는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령인구가 격감하기 때문에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교육부 당국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평가지표를 통하여 대학들을 일률적으로 서열화하고 퇴출시킨다면 마치 스포츠 강대국들만을 참가시키는 올림픽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1948년 생 모리츠에서 열렸던 제 5회 동계 올림픽에 단지 3명의 선수단이 최초로 참가했던 우리나라가 그동안 금메달 23개 등 총 45개의 메달을 따고 올해는 무려 120명의 선수단을 파송할 수 있었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 정답은 바로 꿈을 키우고 발전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꿈과 가능성, 그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고 대학의 사명이다. 4년 뒤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면 크고 작은 모든 대학교 관계자들이 활짝 웃고 즐길 수 있는 교육환경도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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