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수]따스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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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민수]따스한 문화

[문화초대석]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 승인 2014-02-09 13:50
  • 신문게재 2014-02-10 16면
  • 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 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 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2014년 1월31일은 구정이었다. 구정은 음력 설날을 말하는 일본식 한자어로 추석과 더불어 한국의 중요한 명절 중의 하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설날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친척이나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윷놀이·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하며 명절을 지내왔다. 세배는 본래 하늘의 신에게 무사고를 기원하며 절을 하던 것에서 출발해 이웃어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풍속으로 변한 것으로 새해를 맞아 정초에 웃어른께 드리는 의례적인 문안인사였다. 세뱃돈은 세배하러 온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주던 풍습이 점차 돈을 주는 풍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행운의 상징인 붉은색 봉투에 돈을 넣어주었고,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 도시에서만 전해지던 풍습이 60년대 이후에 전국적으로 행해졌으며 역시 봉투에 돈을 넣어 준다고 한다.

어떤 개그프로그램에서 세뱃돈의 액수까지 정해주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세뱃돈의 액수도 어른들에겐 부담스러운 고민일 경우가 있는데 통상 초등학생은 1만원, 중학생은 3만원, 고등학생은 5만원. 대학생의 경우 5만원에서 10만원선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겐 일년에 한번 목돈을 만져볼 수 있는 기분 좋은 날이며, 어른들에겐 모처럼 아이들에게 공식적인 용돈을 주는 날이지만, 자칫 세뱃돈의 고유 본질이 어르신에 대한 존경심에 앞서 설날이 그저 세뱃돈 받는 날이라는 인식으로 변질될까 염려스러울 경우가 많다.

한 봉지의 과자도 몇 천원하는 시세 속에 몇 만원의 세뱃돈 액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구정문화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커피 값 한잔을 절약해 매달 삼천원씩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바람직한 운동이 일고 있다. 얼마 전 이 모임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께 밤에도 눈에 잘 띄는 따스한 방한복을 선물해 주는 행사에서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받은 대가가 겨우 이 삼천원 정도라는 말씀을 듣고 매우 놀랐다. 우리에겐 대수롭지 않은 액수의 돈이 그 분들께는 매우 소중한 하루를 사는 힘이었던 것이다.

날 서린 칼날 같은 바람이 야속할 만큼 추운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폐지를 줍고 계시는 80대 어르신을 보았다. 가녀린 체구와 허름한 의상 속에 어르신의 상심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 했다. 문득 얼마 전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하루에 몇 만원을 천원 짜리로 바꿔 청소하는 분들이나 힘든 노동을 하시는 분을 보면 삼천원씩 나누어 드린다는 인터뷰가 생각났다. 지금부터 나도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침 지갑에 있던 천원권 두장을 꺼내 그 분께 다가갔다. 이렇게 폐지 주우셔서 버신 돈이 하루에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토해 내시며 하소연인 듯 아닌 듯이 삼천원정도 밖에 못 번다고 말씀하셨다. “어르신, 제가 2014년 계획으로 세워 놓은게 있습니다. 이렇게 폐지 주우시는 어르신을 만나면 적은 돈이지만 이천원씩 드리는 거예요. 제 성의니 받아주세요”라 말씀드리며 깜짝 놀라 사양하시는 할아버지의 얄팍한 방한복 주머니에 천원권 두장을 넣어드렸다. 행여 상한 자존심에 마음 상하실까 하는 염려와는 달리 천원권 두장으로 소년처럼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의 해맑은 미소에 마음이 저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그분의 힘을 얻은 듯한 뒷모습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작은 행복을 만나며 오늘도 지갑에 천원권 지폐를 채워 넣는다.

세뱃돈 만원이 작다고 불평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질만능주의를 무의식 중 교육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작은 기부문화가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교육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앞으로 우리의 구정이 많지 않은 액수지만 정성껏 봉투에 담은 세뱃돈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의 덕담도 함께 깃들여 지는 바람직한 문화로 채색된다면 추운 겨울날도 조금은 훈훈히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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