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 도입 후 종종 발생하는 실수라고 하지만,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을 담당하는 만큼 재판 결과까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원고나 피고 모두에게는 또다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주게 됐다.
6일 특허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달 24일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디디오넷을 상대로 낸 특허등록무효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 판결 내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재판에 참여했던 배석 판사의 서명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204조 1항에는 '판결은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한 법관이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최종 변론에 참석한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해야 한다. 다만, 최종 변론 참석 법관이 부득이하게 선고기일에 불참하면 재판장이 그 사유를 밝히고 대신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인 특허5부(재판장 김형두)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배석이던 A 판사는 지난해 7월 최종 변론 당시 출산휴가 중이라 B 판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8월 29일 선고 당시에는 A 판사가 참석해 판결문에 서명한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판결문에는 최종 변론 기일에 참석했던 B 판사가 서명했어야 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3명이 합의체를 이뤄 변론을 종결했는데, 판결문에는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사법전자서명을 했다”며 “원심 판결에는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특허법원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파기환송이 되면 재판부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사건을 배정받은 특허2부는 두 회사 측을 불러 기일을 다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 인사철인데다, 이 사건의 경우 특허심판원은 '디디오넷'의 손을 들어준 반면, 특허법원은 '다음'의 승소로 판결 내렸을 정도로 민감해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허법원 관계자는 “전자서명 방식으로 하다 보니 가끔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통상 기일을 새로 잡아 곧바로 선고하지만, 이번 사안은 심판원 결정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만큼, 다소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wjde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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