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김종익씨에 대한 범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검찰이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날 헌재가 내린 2009헌마747 결정은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지만 1999년 6월 헌법재판소의 97헌마265 결정과 함께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언론을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 할 때는 그 보도의 피해자가 대통령이나 장관, 시장, 국회의원과 같은 공적인 인물인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헌법재판소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대법원도 2002년 1월에 헌재의 '공적 인물론'을 수용해 명예훼손 사건을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 보도 과정에서 설령 그들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그러한 언론보도가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라면 언론에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법리를 채택하고 있다.
2013년 헌재 결정은 그러한 '공적 인물론'의 법리가 언론뿐만 아니라 시민 개인의 표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헌재는 개인의 표현 행위도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실을 전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여론형성, 공개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 등 인터넷을 이용한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사표현은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여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공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헌재는 명예훼손법이 권력자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데 쓰여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개인의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법을 적용할 때는 그 대상이 공적인 인물인지, 공적인 사안에 관한 표현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인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명예훼손 표현은 그 제한이 더욱 완화되어야 한다며, 특히 정부와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 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 공직자의 자질이나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공무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공직자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정한 경우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점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3년 헌재 결정의 골자를 고려하건대 시장과 도지사, 군수에 대한 언론과 시민 유권자들의 감시와 비판 역시 널리 보호될 필요가 있다. 입에 달고 귀에 감미로운 언사를 즐기려 하고 정책 추진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시민의 문제제기를 오로지 분쇄하고 탄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들이 있다면 아예 6월의 지방 선거 출마의 뜻을 접는 것이 진정, 우리 지역 사회와 시민에 대해 제대로 봉사하는 방법이다. 언론이 제대로 비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나 하냐고? 그것도 참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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