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5일 박근혜정부 1년을 평가한 성적표인 국정과제 평가결과에서 '창조경제'는 11위로 중하위권에서 맴돌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동력이 가장 절실하다.
본보는 대덕특구 정부출연연 기관장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써의 대덕특구 역할과 비전 등에 대해 들어보는 '창조경제의 길을 묻다'코너를 마련했다. 첫 회는 우리나라 대표 여성과학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2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정광화 원장을 만나 '창조경제의 길'에 관해 들어보았다. 정 원장은 7일자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대덕특구가 주목받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창조경제를 어떻게 실현시키고 있는지 말해달라.
▲'창조경제는 인간에 대한 배려'다. 박근혜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선택한 이유를 국민들을 잘살게 해주는 툴(tool)로 과학을 선택했고, 그것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생각했다.이런 측면에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지원연)은 창조경제의 핵심기관이다.
최근 연구원에서 몇건의 특허기술 이전 성과를 냈다. 이 가운데 '반도체소자 불량분석장비' 국산화 기술의 국내 중소기업 기술 이전이다. '반도체소자 불량분석장비' 국산화 부분은 우리 연구원의 자랑스러운 성과이며, 특히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민가싶다.
기초지원연은 '기초연구 인프라 기관'으로서 다양한 연구장비를 구축·개발, 지난해 연구장비인 '초정밀 열영상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초정밀 열영상현미경'의 핵심기술이 '반도체소자 불량분석장비'의 핵심부분과 유사한 기술이라는 것을 파악, 관련 응용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민간기업이 개발하기 어려운 핵심기술을 출연연이 개발하고, 이 기술의 스핀오프를 통해 산업기술로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최대 강점이며, 또한 이 기술의 출발점이 첨단 연구장비개발에서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 시대의 성공모델일 것이다.
-취임 1년을 맞이한다. 취임 이후 가장 주력했던 사업이나 정책은 무엇인가.
▲취임 초기 직원들에게 “우리 연구원의 주인은 여러분이다. 나는 주어진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기관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하는 임시직일 뿐”이라며 우리 연구원의 직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자율적으로 업무에 임해주기를 요청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주인의식이란 전체 구성원이 한곳을 바라보며, 자율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 한해 기초지원연은 '세계최고 수준의 기초연구지원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주력했으며, 그 결과 다양한 성과를 달성했다. 중소기업지원에서는 첨단분석장비를 활용해 전체 분석지원서비스의 약 20%를 중소기업을 위해 수행했으며, 약 22개의 파트너기업을 선정해 협력을 강화했고, 충청권 중소기업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지원체제를 마련했다.
국가연구시설 장비의 총괄관리를 통해 연구장비에 대한 효율적 활용의 토대를 만들었다. 기초지원연 산하의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는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연구시설과 장비를 총괄관리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미래부와 함께 5만7000여점에 이르는 연구장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연구장비에 전반에 대한 실태파악을 수행했다.
-여성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한국진공학회장,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등 경력이 화려하다. 정 원장을 롤모델로 닮고 싶어하는 후배 여성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여성 후배에게 3F를 당부한다. 3F는 Forgive(용서하다), Forsake(버리고 가다), Forget(잊어버리다)이다. 우리나라 여성은 관습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을 갖는다. 이런 인식을 벗어나 내자신에 대한 용서, 사사로운 일에 대해서 버리고 잊어버린 후 자신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1978년 표준연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여성 과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여성과학자에 대한 롤 모델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여성이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지만, 과거보다는 여성과학기술인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계가 있다면 누군가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길을 터 놓아야만 한다.
-정부출연연 기관장으로 세웠던 경영 신념이나 철학이 있다면 말해달라. 또한 삶의 소신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강한 힘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와 민족에 충성, 그리고 항상 작은 일에 충실하라'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이 단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측면 뿐 만아니라 현재 자신을 둘러싼 가장 큰 단위인 국가와 민족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항상 작은 일에 충실하라'는 세상을 살아가다 간과하기 쉬운 작은 일들에 충실함으로써, 이들이 모여 큰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에게 '자신이 받는 월급은 국민의 세금이므로, 스스로가 국가와 경제, 그리고 지역사회에 얼마나 되돌려주고 있는 지'를 늘 생각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기초지원연은 지원기관으로서 일반적인 출연연과 또 다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기초지원연은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연구장비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초연구를 위한 분석지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현대 과학기술에서 연구장비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또한 연구장비의 대형화 고가화로 인해 장비를 소유할 수 없는 기초연구자를 위해 장비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처럼 현대의 연구장비는 단일 기관이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초지원연과 같은 장비전문 지원기관이 통합 구축 운영하고, 이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 지원이나 융합연구를 필요로 하는 '창조경제'실현에서 기초지원연은 가장 큰 강점을 발휘하며 발전가능성이 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초지원연의 발전가능성을 극대화 시켜, 국내 최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연구 지원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대학·기업·공공연구기관 등과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분석지원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 분석장비 개발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등 현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에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더해 'Good To Great, KBSI'를 강조하고 있다.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저서 'Good To Great'를 우리기관에 맞게 해석한 것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Good'이 'Great'의 최대의 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기초지원연이 좋은(Good) 연구기관을 넘어 Great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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