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팀장 |
최근 전자제품이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제품 사용은 더더욱 복잡해졌다. 설치는 AS기사가 해준다 치더라도, 매뉴얼을 읽다 보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다. 특히 제품을 스마트폰과 연결하기 위해 하라는 대로 드라이버도 깔고 해당 SW도 설치해보지만,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돈은 돈 대로 주고 고급 사양의 전자제품을 샀지만 실상은 구형 전자제품 사양대로만 쓰는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100만 원이 넘는 휴대폰을 쓰면서 고작 사진 찍고 통화만 하는 데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제 가격만큼 잘 쓰는 사람이 드물다.
ETRI는 지난해 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가전제품에 큐알(QR)코드를 붙이고,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만 하면 자동적으로 '앱'이 깔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QR코드를 통해 와이파이 설정, 기기 등록, 사용자 등록 등의 모든 과정을 시스템이 알아서 척척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기술이다.
그 동안 사용자가 위의 모든 과정을 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체중계도 제값을 하게 되고, 백만 원에 달하는 스마트폰도 똑똑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또한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이용해 손쉽게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식들이 부모님 댁의 가전을 제어할 수도 있어, 10여년 전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 겠어요”라는 광고 카피가 “아버님 댁 보일러 온도를 올려 드려야 겠어요”로 바뀔 듯하다.
좀 더 기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이 기술은 가전제품을 스마트폰 및 제조사 서버와 연동시키는 기술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가전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읽기만 하면, 가전제품의 '앱'이 스마트폰에 자동 다운로드 된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무선AP, 그리고 가전 간 약속된 절차에 따라 통신모드를 변경하면서 와이파이(WiFi) 설정을 수행한다.
와이파이(WiFi) 설정으로 네트워크 연결이 완성되면 제조사 서버와 통신하며 기기를 등록하고 사용자의 승인 하에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용자 정보까지 등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없는 가전의 설정도 사용자 개입 없이 처리 할 수 있는 것이다.
히터나 에어컨, 선풍기도 마찬가지로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동작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 냉장고를 부모님이 얼마나 자주 여닫는지, 주방가전 사용을 통해 식생활이 원만하게 이뤄지는지 등도 추측할 수 있게 되어 원격케어가 가능하다. ICT를 적용한 21세기 '효'의 한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 가전 제조사는 외출한 뒤 정수기와 같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품을 밖에서 제어해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이는 방식 등의 자사 가전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할 수 있다.
기존 가전을 대체하는 프리미엄 가전시장 창출과 서비스와 연계된 사업영역 확장도 기대해본다. 사용자의 가전 사용정보를 기반으로 전력관리, 건강관리 등의 스마트홈 킬러 앱이 발굴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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