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웃 보듬는 경청의 힘… 생명의 전화 365일 당신곁에"

“위기의 이웃 보듬는 경청의 힘… 생명의 전화 365일 당신곁에"

한국생명의 '자살예방' 사명감 갖고 활동하는 단체로 13년 전 인연맺어 판암동 일대 복지사업 모범사례 만들고 상담사 업무환경 처우개선 노력

  • 승인 2014-02-06 14:06
  • 신문게재 2014-02-07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피플]김형태 한국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이사장

최근 한국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형태<사진> 변호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둔산동 법원 앞 민석타워 9층에 있는 법무법인 저스티스의 대표변호사인 김형태 이사장은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회장과 대전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 국제와이즈멘 대전지방장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니 파티션 위의 'Honesty(정직)&Faithfulness(신뢰)'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사무실 전체에 흐르는 기본 정신이자 변호사로서 갖춰야 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 주>

다음은 김형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생명의전화 대전지부 이사장으로 취임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사실상 여러 직책을 맡고 계셔서 회장님이라고 해야 할지 이사장님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이처럼 많은 직함을 갖게 되신 사연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어서 일에 대한 욕심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해 보고 싶었지요. 아마도 그런 마음 때문인지 저에게 어울리지 않게 직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직책은 많아도 돈 되는 것은 없어요.(웃음)

-한국생명의 전화 대전지부 이사장에 취임하게 된 계기는 뭔지요?

▲제가 2000년에 한국생명의전화 대전지부 이사로 취임했으니까 생명의 전화 일에 관여한지가 벌써 13년이나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이사 노릇을 했으니 이제 이사장을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하하하)농담이고요. 그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생명의 전화에서 오랫동안 이사로 있기는 했지만 이름만 걸어놓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빚진 자의 마음이었는데요. 이제 정말 제대로 생명의 전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무척 기쁩니다. 또 현장에서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습니다.

-한국생명의 전화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생명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인 자살예방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원래 생명의 전화는 자살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전화상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여기에서 시작된 생명의 전화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바로 어려운 가족들에 대한 돌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판암동의 임대주택단지에서 생명종합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자들 본인과 가족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프라인알콜상담센터', 판암동 내 어려운 집안의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있는 '생명어린이집', 정신 장애인들의 사회생활 복귀를 돕는 시설인 '생명의 터', 정신 장애인들이 머물고 쉴 수 있는 '정신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생활 적응을 돕는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대전생명의 전화가 탄생된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의 전화 대전상담소'와 '자살예방센터' 등이 산하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전 생명의 전화가 하는 일이 대단히 많은데요. 이사장님으로서 재임 기간동안 어떠한 일에 주안점을 두실 생각이신지요?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참 많습니다. 물론 지역적으로는 대전에서 가장 취약지구라고 할 수 있는 판암동 일대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판암동 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이러한 사업이 제대로 잘 이루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대전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전 어디엔가는 항상 어려운 이웃이 있고 이들은 스스로 자활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대전 시민들이 항상 알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대전생명의 전화는 이처럼 한결같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어려운 일을 하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초생활수급자, 결식아동, 알코올중독자, 정신장애인, 북한주민 등을 상대로 일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에 상응하는 보수나 업무환경이 너무나 열악합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 중점을 두고 싶고, 대상자들의 환경 개선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단체이니만큼 이들을 돕는데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고 있나요?

▲대부분 국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만 국비만으로는 기본적인 경비를 충당하는데도 벅차서 실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있어서는 항상 한계에 부딪칠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신장애인들이나 알코올중독자들에 대한 돌봄이 기초생활수급자를 돕는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운영이사장 재임기간동안 후원자 개발에 힘쓸 예정입니다.

-생명의 전화는 전화 상담이 주 업무중 하나인데요. 이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생명의 전화는 전국적으로 연결돼 있고 1588-9191에서 상담을 받습니다. 저도 예전에 일반상담학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청'입니다. 그 사람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는 것이죠. 그리고 내방자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게 하는게 바로 코칭입니다. 상담을 배워두면 어떤 직업이든 다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상담 자체가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돕는게 목적인데요. 70%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고, 30%만 상대방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입니다.

-이사장님은 사랑의열매와 경실련 활동을 하시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으시지요?

▲학창시절엔 인생관과 철학관이 확고해 무신론자를 자처했지만 결혼후 아내를 따라 기독교 신자가 됐습니다. 김진홍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들으면서 기독교의 사회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인들도 사회 문제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경실련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현실 참여적인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경실련 활동이 가장 의미있는 활동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활동해온 경실련이나 사랑의 열매, 생명의 전화를 통해 세상이 변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 사람들이 부당한 정치적 권력에 맞서 싸우면서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데 비해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권력에 대한 자유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부당한 현실을 바꿔야 됩니다. 경제적 권력에 대한 지배에서 해방돼야 합니다. 제가 대전사랑의열매 회장을 맡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죠. 노숙인, 장애인, 새터민, 이주외국인 등 주변에 정말 어려운 이웃이 많습니다. 불쌍한 이웃을 찾아보고 돌아보는 체험을 통해 서로 돕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실련은 우리의 삶 안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람들은 경실련을 마치 좌익이나 좌파처럼 생각하는데 경제적인 고통을 풀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그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내고 함께 풀어나간다면 더 쉽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경실련이 활동하는 목적이고 역할입니다. 그리고 경실련 역시 후원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사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법무법인 저스티스의 업무 영역을 넓혀 법률 자문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세무, 노무, 회생, 기업관련 등 토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법무법인 법률회사일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후엔 가능하다면 시간이 나는대로 조그만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책을 보고, 여행을 하고, 책을 쓰고 싶습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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