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종영 가장제일장로교회 목사 |
생전의 간디가 즐겨 읽었다는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요 철저한 생활인이었던 헨리 데이빗 소로의 삶을 오늘 다시 읽어봅니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숨 가쁘게 내달리는 경주(競走)의 시대에 편승하여 살던 나에게 그의 책 『월든』과 그의 도시를 떠난 삶은 '자연'과 '자유'에 대해 심각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체크하라. 당신 속에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산책의 기대로 마음이 설레어 잠에서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면, 첫 파랑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아직 겨울추위가 다 가신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이미 입춘 지나 우수가 멀지 않으니 소로에 의하면 산책의 기대로 잠에서 떨쳐 일어나고, 첫 파랑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는 계절, 봄입니다. 그냥 지나쳐 버리도록 놔두기에는 마냥 아까운 계절이지요. 그래서인지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가져보지 못한 글자 하나를 앞에 달아보는 복을 받은 계절이 봄입니다. 굳이 봄에는 '새'자를 붙여서 명명하는 것입니다. 이름 하여 '새봄'입니다. 모든 계절이 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되 오직 봄만이 '새로운' 옷을 덧입을 수 있음입니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계절 봄은 '본다'에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겨우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이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보게 되니 봄인게지요.
이 봄이 분주한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과 그의 측근들의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 봄에 반드시 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그들에게 여름은 없을 것입니다.
출마하려는 이들은 이 봄에 다른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표로 자신들의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깊은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고, 또한 어르신들이 표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고난의 역사를 등에 지고 보릿고개를 넘어오신 경제성장의 한 축임을 제대로 알아 효를 다하며 공경해야 하는 어르신으로 보여야겠습니다.
봄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람(風)'입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할 때의 바람은, 봄에는 산들거리다가 여름에는 시원하며, 가을에는 서늘하다가 겨울에는 매서워지기까지 합니다. 때론 중년여성이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일으키는 바람을 일컬어 우리는 '치맛바람'이라고 합니다. 소망(所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순 우리말로는 '바람'입니다. 무언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꿈을 꾸고 이를 마음으로 그리는 그 무엇이 소망이요, 바람입니다.
정치의 계절에도 어김없이 바람이 붑니다. 정치의 역사를 보면, 바람의 역사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은근히 바람에 기대는 이도 있습니다. 올 여름에 있는 선거에 앞서 부디 바라기는, 바람에 기대어 한 자리 해먹고픈 이는 아니었으면 싶고요, 서민들로 하여금 바람맞게 하는 이도 아니었으면 합니다. 다만, 서민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하는 봄바람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봄바람 같은 사람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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