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종합처방전’이 되려면 일·가정 양립 말고도 여러 현실적인 전제들이 따른다. 일자리의 유무가 희망 격차가 되지 않기 위한 첫째 조건이 여성 일자리다. 경제성장 전략은 물론 고용구조 및 고용문화를 충족하지 못하면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환경 조성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껏 일하는 여성용 정책들이 유명무실한 이유를 되짚어보면 이해될 일이다. 지난해 무상보육에 워킹맘(취업모) 배려가 적었다든지 초등돌봄교실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그 사례다. 지원 방안의 남성 육아휴직 확대도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육아휴직을 쓴 직장인 중 남성이 3.3%에 불과한 현실에서 아무래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부분적인 여성 지원 정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당연히 일자리도 늘어나야 한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러미 리프킨의 전망이 아니어도 일자리와의 씨름은 거의 세계적 추세다. 청년 취업과 창업, 중장년층 재취업, 노인 일자리 등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과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여성 인력 활용이 시급하지만 이러한 과제 역시 경시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부담은 강조돼야 한다. 그러나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운용의 자율성 제약에 따른 영향은 쉽지 않은 문제다. 중소기업으로 가면 사정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여성 일자리 70%가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까지 나왔다.
노동시장은 그만큼 불안정하다. 여성 고용률이 향상되면 성장률이 연평균 1%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이 맞으려면 다른 정책들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선순위를 가리자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보육시설부터 늘려야 할 것이다. 지원 방안이 역으로 여성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피하고 완급을 조절하며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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