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정보유출 사태가 콜센터 산업 전반으로 번지면서 애꿎게 텔레마케터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금융당국이 텔레마케터와 콜센터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사용한다고 간주해 텔레마케팅(TM) 영업을 전면 중단하면서 이들을 범죄자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4일 대전컨택센터협회와 지역 텔레마케터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대규모 정보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 등을 통한 영업을 중단하면서 텔레마케터와 콜센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평상시에도 좋지 않은 인식 탓에 움츠려 있던 텔레마케터들은 이번 사태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텔레마케터와 콜센터 등은 정당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해 일하고 있는데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둔산동에서 보험사 텔레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 김 모 씨(여ㆍ35)는 “보험권 텔레마케터들이 카드정보유출의 온상인양 여론 몰이를 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며 “지금껏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몸소 느끼면서 일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텔레마케터 최 모 씨(여ㆍ29)는 “생계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잘못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속상하다”며 “하루 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 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의 정보 관리부실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를 텔레마케터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며 “금융권의 정보 관리부재가 더 큰 문제다”고 꼬집었다.
지역 콜센터업계 역시 이번 금융당국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빠른 해결 촉구를 위해 탄원서를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돈희 대전컨택센터협회 사무국장은 “개인 정보유출과 관련해, 불똥이 우리들에게 튀면서 업계 종사자 모두가 범죄자로 내 몰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불법적 요소에 대한 방안 없이 이같은 결정을 내려 콜센터 업계가 큰 데미지를 입게 됐다”며 “새 정부가 여성인력과 취업률을 높이는데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로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정부방침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만큼 집단 행동을 통해 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텔레마케터들의 고용불안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전화영업을 다음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전화 영업행위는 3월부터 다시 허용된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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