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사권한 없는 지자체… 초동대응에 한계

확진 판정에 3일 이상 소요… 정부는 인체감염 우려 반대 충남도 검사능력 인정받아 “구제역처럼 지방이양 필요”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 및 확진 판정 권한의 지방이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관련 업무 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있다보니 AI 의사환축 발생 때 확진 판정에 3일 이상 소요 됨에 따라 초동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준급 검사장비를 확보한 충남도 등 광역지자체에서 AI 검사 권한의 지방이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도에 따르면 충남지역을 비롯해 전국에 'AI 사태'가 3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가운데 검사권한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구제역 진단 권한을 지방에 이양한 것과는 달리 AI의 경우 검사와 확정판정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AI 검사 권한이 중앙에만 있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우선 의사 환축 발생 때 AI 확진 판정에만 3일 이상 소요돼 초동대응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서천군 서천읍 두왕리 오리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는데, 검사결과 통보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다행히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나, 도는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역초소 설치와 주변농가 이동금지 조치 밖에 할 수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병할 경우 중앙 검역본부의 업무 과부하로 인해 검사결과 통보시기가 늦어져 가금류 살처분 등 후속조치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AI가 주말에 발생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AI 의심축을 시료채취해서 경기 안양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접수하는데만 반나절이 걸려 관련 부서 직원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련 고시 개정 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 요령'등에 의거, 의사환축 발생 때 정밀검사 및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수행하고 있다.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는 지난 2011년 AI 파동 이후 전문조직 신설 필요성에 따라 해외전염병진단과와 역학조사과를 신설했으며, 예산 투자를 통해 실험실 등급을 병리 3등급 수준인 'BL3'까지 갖추는 등 수준급의 실험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오형수 도 가축위생연구소장은 “2011년 1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AI를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을 인증 받았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검사 창구 단일화 문제와 AI 바이러스 인체감염을 우려해 지방이양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역시 AI 검사권한의 지방이양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도 관계자는 “구제역처럼 AI의 검사·확진 판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줄 때가 됐다”면서 “요즘 같이 전국에 확산되면 필요성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