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경제부장·세종본부장(부국장) |
요즘 서민이나 상인, 기업인 사이에 'IMF 때보다 어렵다' '벼랑 끝 위기다'라는 말이 수식어가 되었다.
외환위기(1997년 말~2002년) 때를 생각해보자. 경제 성장률 -6.9%, 구조조정으로 백수십만 명 정리해고, 3만~4만개 기업 폐업, 흑자 기업 줄도산 등 우리에게 IMF 기간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나긴 고통의 세월이었다. 지금이 그 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서민들에게는 지자체의 살림을 책임지는 수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경제가 더 관심거리다. 언제 호전될지도 모르며 호전된다고 해도 그것이 서민들과 연관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서민들은 지금 생활에 위협을 받으며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데 혹여 좋아진다 할지라도 그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경제 문제도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큰 것은 고용 문제다. 고용문제는 단순히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대학을 나오고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307만8000명으로 전년도 298만3000명 보다 3.2%가 늘었다. 전문대 졸업자가 100만 명,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는 2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새 전문대 졸업자는 1.2%(1만2000명), 대학교 이상 졸업자는 4.2%(8만4000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 인구란 만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와 실업자를 뺀 것으로, 일자리 없이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백수(白手)를 말한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 인구는 2000년 159만2000명이었으나 2004년 200만 명, 지난해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9년 사이에 무려 100만 명이 증가했다. 때문에 전체 비경제활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10%, 2005년 15%, 지난해에는 18.98%까지 높아졌다. 비경제활동 인구 10명 중 2명 꼴인 셈이다. 이 정도면 고용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다 낫게 만드는 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늘보다 내일의 생활이 더 나아지리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초점은 경기호황을 체감하지 못하는 서민과 영세상인,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정책,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돈이 서민에게 스며들도록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논어(論語)'의 '자로(子路)'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孔子)가 위 나라에 갈 때 염유(서기전 522~서기전 489)가 수레를 몰았다. 공자가 말하기를, “백성들이 많구나”라고 하였다. 염유가 묻기를, “이미 백성이 많으면 또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부유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또 염유가 묻기를, “이미 부유해지면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가르쳐야 한다”라고 하였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으로 정의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방과 공안(족병), 경제와 민생(족식), 국민의 신뢰(민신) 3가지다. 공자도 경제를 그 만큼 중시한 것이다.
민생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없고 민생을 외치지 않는 정당은 없다. 그런데도 요즘 우리 경제는 어렵다 못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기를 맞고 있다. 민생을 외치는 정치인들, 입으로는 민생을 떠들지만 진정으로 국민을 공경하고 나아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으니 경제가 이 지경 된 것이다.
300만 명의 대졸자가 직장 없이 놀고 먹는 고학력 백수시대. 경제가 활성화되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나서 기업에 인력 채용을 권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경제가 살아나면 인력 고용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고학력 백수시대 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를 살리는 길 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