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고작 60㎝에 불과한 이 동상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이나 일본 시부야의 '하치상' 처럼 그것은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오줌싸개 소년' 동상은 벨기에가 프랑스와 전쟁으로 대치중이던 때, 한 소년이 오줌을 누는 모습을 보며 휴전을 하게됐다는 전설에서부터, 프랑스 루이 15세가 브뤼셀을 침략했을 때 이 동상을 탐내 가져갔다가 이후 사과의 의미로 화려한 후작 옷을 입혀 돌려보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어찌됐든 이 꼬마 청동상은 온갖 이야기들로 포장되어 평화의 상징처럼 브뤼셀을 빛내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새로운 관광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마다 숨어있는 소재를 발굴, 콘텐츠 발굴에 열을 올린다. 부여에서는 지역 자랑거리 100선을 스토리텔링화 하기로 했으며, 최근 대덕구에서도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의 길'을 준공,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물론 스토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토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야 하며, 피드백이 되서 상품화가 돼야 한다.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마케팅 관점으로 접근이 필요하며, 그 중심엔 참여와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겠다.
비극의 현장이 스토리를 만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는 경우도 있다. 바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그것인데, 풀이하자면 '역사교훈여행'쯤 될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911테러가 발생했던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등이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적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방문객들은 참극의 현장에서 역사에 분노하고 아파하고 또 교훈을 얻어간다. 그러나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을 관광화한 모습은 누군가에겐 또다른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반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독도와 위안부를 알리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독도체험관과 위안부소녀상 등을 주제로 서울관광지도를 제작한 것. 지금은 '위안부 소녀상'이 일본 제국주의의 문제점을 세상밖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있지만, 언젠가는 서울이 세계인들이 찾는 추모의 공간으로 커 나가길 기대해 본다.
쉽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정보화 시대에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스토리텔링 시대가 오고있다. 보고 찍기만했던 관광패턴은 듣고 느끼는 체험형으로 변화되고 있다. 관광 대국으로 가는길,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또 키워야 할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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