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소셜아트>(-2.16)는 2000년 이후 한국현대미술에 있어 사회적 예술로 해석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 사건, 예술흐름 등을 총괄적으로 다룸으로써 사회예술의 개념과 범주, 영역 등을 가늠하고자 하는 동시대미술의 비평적 리포트이다. 사회적 예술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연관이 깊다. 대전은 '사회적 자본'을 정책의제로 삼은 도시다. '사회'는 공동생활을 하는 집단, 즉 개인 혼자가 아닌 2인 이상의 구성원 사이에서 나오는 관계망이며, '자본'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총화이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배려, 나눔, 참여, 소통, 존중, 포용, 협력, 상호부조, 공존, 동행, 공공 등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말한다. 그것은 금융자본이나 사회간접자본 등과 달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우리가 이미 정서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공공적 가치를 뜻한다.
사회공동체의 상호신뢰와 평화공존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자본 담론은 마을과 도시, 국가, 전지구의 구성원들이 공유할만한 시대정신이다. 사회예술은 비판예술과 행동예술, 공동체예술, 공공예술로 나뉜다.
비판예술은 사회의 구조와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해학과 냉소의 시각으로 사회적 서사를 표출한다. 그 뿌리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비판정신에 있다. 그것은 전복과 전유의 가치를 드러내는 상징투쟁이며, 냉철한 시각으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기억투쟁이다.
행동예술은 현실에 참여하고 개입하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적 예술로서 예술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의 창조적인 결합을 추구한다. 그것은 사회적 의제에 대한 접점형성의 수준을 넘어서 사회와 예술의 교집합을 형성하는 참여와 개입의 예술이다. 행동예술가들은 특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제특정적 예술을 지향한다. 공동체예술은 공동체 기반의 예술적 실천을 추구하는 예술로서 상호부조와 협업, 협동, 공존, 배려의 가치를 지향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공간의 가시적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동행하는 예술이며, 나아가 개념적이고 비물질적인 세계의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예술이다. 그것은 특정한 장소를 중심으로 하는 장소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이다.
공공예술은 공공의 재원으로 공공의 장소에서 공공의 의제를 다루는 예술이다. 그것은 사사성에 경도된 예술제도의 관행과 한계를 극복하고 상호작용과 소통을 전제로 하며 협업과 공유의 방식으로 새로운 예술공론장을 형성하는 예술이다. 기념비나 미술장식품 개념의 공공미술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공공예술은 예술적 자율성을 전제로 하되 장소특정성과 의제특정성을 포괄하면서 사회적 요청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근대예술은 예술가 주체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가치경쟁의 장이다. 그것은 사회 속에 존재하는 제도이자 관행이며 문화인 동시에 생활세계와는 별개의 독자적이고 자족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탈근대예술은 사회와의 접점을 형성하는 비판적 성찰의 예술을 낳았으며, 행동주의예술이나 공동체예술과 같이 사회와 교집합을 이루는 예술로 진일보했고, 나아가 사회적 주문을 창조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비판과 행동, 공동체, 공공 등은 사회와 예술의 탈근대성을 실현하는 핵심 개념이다. 사회적 예술은 사회의 구조와 현상을 의제화하는 비판적 성찰의 예술이자,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전유와 전복의 예술이며, 공동체적 가치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실천적 예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