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니 두 문자의 발신번호가 같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전화했지만 금시초문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분 탓인지 휴대폰이 느려지고 발신이 잘 되지 않아 수차례를 껐다 켜고 바이러스검사를 하고나서야 정상 작동됐다.
정씨의 친구 임 모(여ㆍ32)씨는 스팸 메시지가 찜찜해 문자메시지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확인도 하지 않은 문자메시지가 1년 간 700여 개에 달할 정도. 임씨는 휴대폰의 필수기능인 메시지 기능은 포기한 채 직접 전화로만 대화하고 있다.
더욱 찜찜한 것은 다른 친구는 내 이름으로 발신된 스팸 메시지를 받고 '연락도 없다가 웬 초대야'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스팸 메시지 때문에 친구 간 오해를 불러온 것.
최근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주민등록번호까지 유출된 가운데 우려했던 2차 피해 발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2일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은행이나 검찰직원 등을 사칭하며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거론, 주민등록번호까지 대며 추가정보를 요구해 5000만원을 통장에서 빼내간 사례가 발생했다.
검찰청 직원임을 사칭해 주민번호, 주소, 이름 등을 대고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할 것이 있으니 협조해 달라'며 접근했다는 것.
또 정보유출 카드사임을 사칭하며 보안승급을 요청하는 등의 스팸 메시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2호'를 발령하고 금융사기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피해발생시 경찰청(112)이나 금감원(1332)에 즉시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임씨는 “대한민국은 이미 개인정보거래 왕국이 돼 버렸다”며 “주민번호, 직장명, 여권번호, 친구목록 등이 모두 거래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개인의 정보는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금융위원회 및 관계 장관 회의를 거쳐 “개인정보를 주로 노리는 대부업자들과 금융회사, 대출모집인을 집중관리ㆍ단속해 정보유출관련 최고수준의 형벌(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발생한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후 스팸문자 등으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당한 건수가 평소의 15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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