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현]나눔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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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현]나눔의 미학

[경제칼럼]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승인 2014-01-29 10:58
  • 신문게재 2014-01-30 17면
  •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됐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아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 있는 날이 바로 설날이다. 이날만큼은 그간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며 모처럼 가정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달갑지 않은 날이기도 하다.

필자는 얼마 전 설 선물세트와 관련된 아이러니한 기사를 접했다. 한 대형마트에서 설 매출실적을 발표했는데 고가의 명품 선물세트와 저가의 실속형 선물세트가 동시에 강세를 보였다는 내용에 이어서, 근래 2~3년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러한 현상이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예견이었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 사회에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한 것과 같다.

“세계는 미국을 1%와 99% 사회라 부른다. 지난 20년간의 소득 대부분이 1%의 최상위층에게 돌아갔고, 밑바닥의 99%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 교수 리처드 실라(Richard Sylla)는 자신의 저서 '금리의 역사'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으며, 그 추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실제 미국의 경우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17.7%에 달한다고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4월을 기준으로 국내 소득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16.6%를 차지했다.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니 더욱 놀랍다. 또 다른 지표들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비롯해 빈곤율 28위,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도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3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에 세계 11위 경제 대국의 지표라고 하기에는 적이 의심스러운 수치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필자는 현 시대의 경쟁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지금을 흔히 글로벌 경쟁시대라고 한다.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전 세계 시장에서 저마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경쟁에서 승리한 자는 모든 것을 독식하지만, 반대로 경쟁에서 뒤처진 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과 대안을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한다면, 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양극화 격차의 해소를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실천에 있다.

간디의 무덤에 적혀 있는 나라를 망치는 '7대 사회악'에는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s)“가 제일 위에 씌어져 있다. 간디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과 원칙을 바꿔, 강자들만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려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원칙을 바로 세운 정치와 입법을 통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고위층 및 높은 신분이 지녀야 할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다. 필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 개념을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산가들의 기부, 봉사활동, 지식인들의 재능기부, 국가의 복지정책 등, 모두 나눔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옛 성인이 '가난한 자와 부를 나누지 않는 것은 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야 말로 새해를 맞아 되새겨야 할 나눔의 미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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