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으로, 공무원 채용시험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이모(37)씨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무원 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를 불합격시킨 공군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불법시위 가담해 합격 취소=이씨는 2012년 4월 치러진 공군 일반직 군무원 채용시험에서 필기시험(1차)과 면접시험(2차)을 통과해 같은 해 9월 공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곧바로 공군은 이씨의 신원에 특이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의 이름을 삭제한 채 수정된 최종 합격자 명단을 재공고했다.
이씨가 1996년 8월 연세대 이과대 건물을 잠입 점거해 한총련 진군가를 부르고 경찰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전경에게 상해를 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공군은 보안적부심회의를 열고, 이씨를 채용할 경우 군조직과 해당 부대에 미칠 잠재적 파급 효과 등이 있다며 '부적격 결정'을 내렸고 이씨는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원고, 근거 없는 위법=이씨 측은 불합격 처분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선, “군무원인사법상 신원조사에 따라 임용여부가 결정된다거나, 보안적부심의회의 임용 부적격결정에 따라 임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시위 당시 1학년 신입생으로 한총련의 간부로 활동하거나 시위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없었던 점, 반성문만 작성하고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훈방됐던 점, 16년이 지난 사건을 근거로 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ㆍ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신원조사 법적근거 없다=법원은 우선 최종 합격자와 공무원 임용 예정자를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씨에 대한 신원조사를 통한 불합격 처분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불합격 처분의 근거가 된 국가정보원법에서의 신원조사 대상을 공무원 임용 예정자가 아닌 최종 합격자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에 근거한 신원조사는 개인의 사생활 자유와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바, 그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대상을 시험에 응시한 자까지 포함해 확장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훈방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6년 전의 사건이고, 이후 성실히 군복무를 마친 점 등에 비춰 볼 때 원고에게 국가관 등을 의심할만한 별다른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재량권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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