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업자-농민 공모해 농업보조금 7억 꿀꺽

지자체 서류검토 '허점'… 공사대금 부풀리고 영농법인 악용

비닐하우스 공사 대금을 부풀리거나 서류상 영농조합법인의 이름을 악용해 7억원의 농업보조금을 받아 챙긴 시설업자와 농민이 무더기 입건됐다. 헐값에 지어진 비닐하우스는 규격 미달의 자재가 사용돼 쉽게 무너졌고, 서류 검토 후 보조금이 집행돼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대전경찰청은 28일 비닐하우스 및 보온재 설치업자 김모(57)씨 등 11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설치업자 김씨 등은 지자체가 지급하는 농업보조금으로 비닐하우스를 세우려는 농민에게 접근해 농민이 부담할 비용을 면제해줄 수 있다며 공사를 수주했다.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가 공모한 농업보조금 사업에 선정되면 비닐하우스 등을 짓는데 보조금이 지급되고, 총 사업비의 40%는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

입건된 업자들은 농민이 부담해야 할 비닐하우스 시설비 40%를 대신 냈고, 그만큼 저렴한 자재를 사용했음에도 정상적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농업보조금 5억7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비닐하우스 업자는 유성구 용계동 등에서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하고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을 사용했다.

1.7㎜ 규격의 파이프를 사용해야 할 비닐하우스에 이보다 작은 1.5㎜를 사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이들이 만든 비닐하우스는 40여 동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비닐하우스 중 일부에서는 지난 3년간 두 차례나 쌓인 눈에 주저앉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은 또 영농법인에게만 친환경쌀 재배와 관련해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해 농민이 각자 구입한 쌀겨와 우렁이, 비료 등을 조합이 일괄 구입한 것처럼 꾸며 보조금을 빼돌린 신모(56)씨 등 농민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친환경 자재를 농민이 개별적으로 구매했지만, 법인이 구매한 것처럼 꾸몄고, 이를 위해 자재대금을 판매업자에게 송금한 뒤 지인 이름으로 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2009년부터 5회에 걸쳐 1억8700만원을 부정수령했다.

박정규 수사2계장은 “지자체에서 일일이 현장점검을 할 수 없었고, 자재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며 “부정수급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노력과 시민들의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