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아니더라도 교육환경과 주거는 불가분리의 연관이 있다. 노은지구나 어느 한 블록에서 33.3%를 나타낸 도안지구의 가파른 취학률도 그 작은 방증이다. 많은 여성들, 열녀(烈女 아닌 列女) 고사에서 튀어나온 맹자 엄마의 비범한 교육방식이 조작으로 의심받는 처지이지만, 과거시험 기반의 관료제 국가를 지탱했고 여전히 살아 펄떡이며 교육열의 뒤를 받쳐준다. 공직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덮는 구실 역시 맹모삼천의 허울이었다.
지방 '엄마'들에게도 강남의 사례, 특히 서울 출신 서울대 신입생 70% 중 8학군이 40%라든지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서울지역 합격자 187명 중 90명이 강남구 출신이란 대목은 맹모삼천의 모델케이스로 덧칠된다. 도안신도시 조성이 언제 정상궤도에 오를지 둔산 학군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고민하는 배경에는 강남 학습효과가 얼마간 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맹자의 나라도 명문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가 모인 하이뎬(海淀)구는 집값이 지금 천정부지로 뛴다. 교육선진국 미국에 가도 진학시즌이면 직장까지 팽개친 '차량 맘(SUV mom)' 행렬이 어렵잖게 눈에 띈다.
어딜 가나 교육 인프라를 누리며 자식 공부 시키려는 것이 엄마 마음이다. 그 마음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이사를 해도 고려 사항은 교육의 충실성, 사교육의 유리성, 상급학교 진학 기회다. 바로 여기에 숨은 핫이슈가 공교육 정상화, 지방교육재정 확충, 학력 불균형 등이다. 동일한 골인 지점으로 그저 뛸 뿐, 지식과 함께 규범과 가치를 넉넉하게 전수할 만큼 시스템이 고효율적이지도 않다.
맹모께 배울 게 그래도 남았다면 똑바른 자식양육법이어야 한다. 한도를 벗어난 과열은 문제적 잔재를 남긴다. 실패한 대학 입학사정관제 역시 엄마의 경제력, 정보력이라는 '엄마사정관제'에 휘둘린 경우다. 맹모삼천이 『열녀전』 저자의 순수 창작물인지를 떠나 동아시아 2000년 역사를 넘어 아직 엄마들 마음을 관통하는 바이블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인적·물적 자원의 독식으로 학생 개개인의 기회와 학습권을 침범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지역 교육수장인 교육감의 어깨는 그래서 무겁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김신호 대전교육감, 별세한 신정균 초대 세종교육감, 강복환·오제직 두 전직의 불명예를 계승한 김종성 충남교육감, 충북지사 출마설이 회자되는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뒤를 이을 차기 교육감의 책무성을 우선 교육격차 해소에서 찾길 바라는 이유다. 9년간 16만명을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이 28일 발표됐는데, 정말 더 필요한 것은 유치원부터 시작해 교육 전반의 구조 개혁인지 모른다.
예컨대 그 개혁의 하나는 불리한 학생, 낙후된 학교를 지원해 오히려 '후진성의 이점'으로 살려내는 일이다. 교육환경이 뛰어난 지역에 삼천(三遷)하는 대신에 공정한 경쟁의 룰을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디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미션이 교육격차 줄이기다. 전국 시·도 간은 물론 대전 동서 간, 세종시 원주민과 이주민 간, 충남과 충북의 지역 간 차이 극복에 역차별 같아 보이는 정책을 펴야 할 때도 있다. '대전동' 입주가 맹모삼천이라는 맹신의 씨앗을 뿌린 격차는 교육 수요자 사이드에서 보면 기회균등에 대한 차별이다. 차별이 사라져야 맹모삼천은 타당성을 갖는다.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맹자 정도의 위인을 키운 엄마라면 세상을 품을 호연지기를 가르치려 세 번 이사했다. 서당 부근을 택하기 전, 묘지에서 인생을, 시장에서 경제 원리를 배우게 했다. 가정하자면 두 번 이사하는 맹모이천(孟母二遷)에서 스톱했다면 시장 상인 흉내를 내다 아마 큰 사업가가 됐을 것이다. 교육에는 딱히 '이거다, 저거다' 단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변할 수 있는 걸 변화시킬 용기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교육감 후보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정의론에서 존 롤즈가 말한 '자연의 복권 추첨(natural lottery)'에 지배당해서는, 달리 말해 교육 적합성과 학생의 장래가 부모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이다. 대전동(大傳棟)은 없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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