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문 충남고 교장 |
우선 3년간 공들여 키운 우리의 아이들이 교정을 떠난다. 매년 있는 졸업식이지만 왠지 가장 많이 불러본 그 이름들을 아낌없이 보내야 한다. 그들이 거둬들인 풍성한 성과는 교사들에게 더 없는 보람이긴 하지만, '품 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듯이 떠나보내면 그만이다. 어쩌면 돌아보지도 않고 교정을 빠져나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에서 마냥 서운함이 감돌기도 하다. 그들을 섬세하게 돌보신 담임 선생님들의 노고와 그 가르침만큼은 고이 간직하고 가길 바랄 뿐이다. 이후 추억이 그리워지고 교정을 거닐고 싶은 때가 오면 잠시 머물며 그 시절이 참 좋았노라고 말하면서 고마운 선생님들을 한 번쯤 되새겨주었으면 좋겠다.
2월은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한 해의 생활기록부도 마감하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고려하여 학급 편성을 한 다음, 위 학년으로 올려보는 일련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방학이라서 여유롭기보다는 어느 하나 실수 없이 진행되어야 또 한 학기를 시작하기에 마음까지 어수선해지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미 전월부터 민첩하게 움직이는 각 부서를 보면 참 고마운 마음뿐이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새 학년에 대한 부담감으로 각오를 달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특히, 3학년에 진급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각오가 대단하다. 방학이 무색할 만큼 학교에 나와 자습도 하면서 스스로를 다진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실질적인 시기도 2월이다. 입학식은 3월에 있지만, 그 이전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신입생들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오리엔테이션이나 적성검사를 실시하기에 더욱 분주하다. 아직은 중학생 티가 채 벗겨지지 않은 풋풋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보노라면 새 학기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봄을 맞이하는 설렘마저 느낀다. 그리고 어느덧 3학년을 떠나보낸 쓸쓸한 겨울은 조용히 물러가고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교정을 가득 채운다.
선생님들이 가장 주목하는 2월은 아무래도 인사이동이다. 학생들을 보내는 일도 그렇지만 동료 간에도 2월은 만남과 이별로 마음까지 분주하다. 여러 해 함께했던 선생님들을 보내야 하고 누군가를 맞이한다. 5년 정도 한곳에 있으면 의무적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매년 반복하는 일들이지만 교직 생활동안 수차례 인사이동을 경험했다고 해서 만남과 이별이 쉽게 적응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별을 아쉬워하고, 새로 전입해 올 선생님들과의 좋은 만남을 기대하는 2월은 우리에게 참 특별하다. 물론 그 특별함은 학교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각자 기존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부서 업무를 받는다. 새로운 구성원들과 한팀이 되어 팀워크를 다질 준비를 한다. 그 모든 시작은 2월이다.
2월은 누군가에겐 시작의 뒤편에 있는 가장 일수가 적은 달〔月〕에 불과하지만, 학교는 가장 분주하고 아쉬움과 설렘으로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달이다. 그래서인지 문득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가슴 깊게 들어온다.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이 말은 만남과 헤어짐을 준비하는 필자에게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 만남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기약하고, 새로운 만남은 계속되는 인연을 기대하면서 만남의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아쉬움 속에 보내야만 했던 겨울의 끝자락은 물러가려는 듯, 어느덧 2월은 참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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