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흰 떡(가래떡)뽑기 - 설날맞이 추억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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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흰 떡(가래떡)뽑기 - 설날맞이 추억의 한 장면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1-28 15:38
  • 신문게재 2014-01-29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설날이 되면 누구나 설렌다. 설음식도 준비하고 설빔도 장만한다. 설날은 새로운 날을 말한다. 묵은 날의 연속이기도 한 설날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새로운 날로 무한반복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그러므로 설날은 희망이고 꿈이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문턱이 된다. 설날은 새날이기도 하다. 새날은 밝은 빛이며 흰 빛이다. 관념 속의 흰빛은 좀 더 구체적인 물질을 만나면서 발현된다. 그것이 바로 흰떡이다. 흰 가래떡은 길다.

희고 긴 가래떡은 생명과 삶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흰 가래떡을 쫑쫑 썰어 낸 흰떡은 해와 달을 상징하고 풍요를 상징한다. 설날이 되면 어김없이 흰 떡국을 먹고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먹는 것이라 한다. 떡국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해와 달을 우주의 기운을 먹는 것으로 인식한다. 곧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원숙한 새로운 한해를 기약하는 것이다. 설날이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들을 열일 제쳐두고 흰 가래떡 뽑기에 여념이 없다. 두부도 하고 과줄도 만들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래떡을 잘 뽑는 일이 걱정이다. 요즈음이야 시설 좋은 떡 방앗간이나 떡집에서 잘 만들어 낸 흰 가래떡이나 흰떡을 구해 쓰면 그만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떡 방앗간이나 떡 집을 도회지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설날이 가까워지면 가래떡을 뽑기 위해 줄서기는 다반사였다. 좋은 기계로 쌀을 가루 내어 쪄서 가래떡을 뽑아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떡 방앗간이 없던 시절에는 흰 가래떡을 뽑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일반적인 방앗간(정미소)이 그 역할을 대신하였다. 쌀 방아를 찧는 대신 다 찌어진 쌀을 밀어내는 기계에다 밥보다 꼬들꼬들하게 시루에 찐 밥을 작은 방망이로 우겨 넣으면서 흰 가래떡을 뽑아내었다. 이때 시루에 쪄온 밥이 식거나 수분이 잘 안 맞으면 쌀알이 잘 뭉개지지 않아 흰떡 가운데에 밥알이 통째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방앗간과 가까이 있는 집에서는 시루에 찐 밥이 쉽게 식지 않아서 흰 가래떡이 잘 뽑아졌지만 방앗간과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온 시루는 식어서 잘 뽑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먼 마을에서는 뜨거운 시루를 빨리 나르기 위해 장정들과 수레까지 동원하기도 하였다. 장정이나 수레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마을의 아낙들은 그 뜨거운 시루를 머리에 이고 뛰다시피하여 방앗간으로 향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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