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예 할머니와 김광균 교수가 몸속에서 제거한 바늘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건양대병원 정형외과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최근 엉덩이 부위가 쑤시듯 아픈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여정예(80) 할머니는 진료 중 의사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엉덩이가 아픈 이유가 고령으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이라고 생각해온 여 할머니는 CT 검사결과 뜻밖에도 엉덩이에 주삿바늘 같은 뾰족한 물건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것이다.
여 할머니는 의사의 말을 듣고 어렴풋이 60여년 전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여 할머니의 남편은 당시 의무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주사 놓는법을 배웠다. 어느 날 독한 감기를 앓고 있는데 남편이 엉덩이 주사를 놓아준 후 '바늘 일부가 부러진 것 같다'고 한 말이 번개처럼 스쳐간 것이다.
▲ 제거된 주삿바늘. |
바늘이 발견된 이상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바늘이 위치한 곳에 신경 및 혈관들이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부위고, 무엇보다 고령의 나이 때문에 수술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료진의 격려와 설득으로 여 할머니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바늘제거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김광균 교수는 “의사생활 중 이런 환자는 처음이며, 바늘로 인해 신경 및 혈관에 손상이 가거나 염증이 생겼다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이었다”이라고 말했다.
여 할머니는 지난 24일 60여 년간 엉덩이 속에 남아있던 주삿바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건강히 퇴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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