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행된 도로명주소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관련 항목을 수정해야 한다. 특정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카드사로부터 매달 받아보는 우편물을 제대로 받아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꿔줘야 된다. 이 경우 해당 카드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존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카드사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고객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고객이 원치 않아도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갑’인 고객이 ‘을’인 카드사의 요구에 개인정보가 무장 해제되는 셈이다. 인터넷상에 떠 있는 ‘모두 동의하기’에 체크하면서 고객의 세세한 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기업의 개인 정보 수집은 금융기관 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병원은 물론 심지어 대형마트에서 진행하는 경품 이벤트에 응모하더라도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해야 가능한 실정이다. 개인정보의 수집 및 남용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신고 상담건수의 증가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 2009년 3만5167건에서 2011년 12만2215건, 지난해 17만7736건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개인정보 누수현상 심화로 휴대폰이나 메일로 날아드는 스팸 문자나 스팸 메일 때문에 국민 상당수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2월 중 금융권의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22일 현재 개인정보 유출 여부 조회 건수가 카드 3사를 합쳐 1000만건에 가까울 뿐 아니라 카드 해지 및 재발급 건수도 300만 건에 달할 정도다. 정부는 대책마련에서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까지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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