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형마트를 찾은 김씨는 스마트TV 등이 내걸린 경품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보험회사 3곳, 상조회사 1곳으로부터 광고전화를 연이어 받았다. 연말 사은 이벤트라며 진행돼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을 적고 응모했더니 상품을 홍보하는 전화와 문자가 이어졌고, 개인정보의 처리정지 방법은 안내받지 못했다.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시민들이 내 정보를 지키려는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23일 본보가 직접 회원가입이나 진료접수 등에서 개인정보 수집·처리 과정을 확인한 결과,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중구 대흥동의 한 내과병원에서는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작성해야 진료가 접수됐지만,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디에 제공하는지 공개하는 동의서가 없었다.
둔산동의 또다른 정형외과는 개인정보 동의서를 비치했지만, 주민번호와 주소 외에 본인과 보호자, 자택 전화번호까지 요구했고, 위탁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꼬리표를 달았다.
중구 은행동 한 서점은 회원가입을 위해 주소와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까지 서류에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퇴근 전에 찢어서 파기한다”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차량 등록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자동차등록증을 요구했고, 모 구청은 홈페이지 회원가입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절차가 아예 없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ㆍ보관하려고 사전에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 외에 과다한 정보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는 입구에 경품이벤트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녀수ㆍ부모 연령 등의 정보를 보험이나 상조회사에 3년 이상 제공한다는 사실은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향원 대전주부교실 국장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개인정보의 범위를 업체가 강요해 소비자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송익준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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