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학구조개혁과 관련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대학 군살빼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2018년부터 대입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보다 많아져 2023년께에는 16만 명이나 웃돌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견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대학정원 감축 단계별 목표, 새로운 평가체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다음주 중으로 대학 구조개혁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원 감축뿐만 아니라 경쟁력 저평가를 받은 대학은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지역 대학 자체적으로도 슬림화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김원배 목원대 총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융복합 형태의 구조조정, 김형태 한남대 총장은 유사학과 통폐합 등으로 체질 개선 의사를 비친 바 있다.
이처럼 올해부터 대학 대내외적으로 불어닥칠 구조조정 회오리는 교수와 교직원 등이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대전 모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 안팎에서 입학정원 1000명 이하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들린다”며 “바꿔 생각하면 모든 대학의 입학정원을 이 수준으로 맞추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며 불안한 기색을 비췄다.
다른 교수는 “문과 및 예체능 계열 교수들이 구조조정과 관련 많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다”며 “소속과가 없어질 경우 다른 과 소속으로 바뀌거나 학교를 떠날 수도 있는 데 이는 자존심의 문제”라고 귀띔했다.
교직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입학정원이 줄어들 경우 학교 재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교내 인력도 덩달아 감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직까지 생각하는 직원도 있다는 것이 대학 교직원들의 전언이다.모 대학 직원은 “향후 수년 동안 지방대 가운데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직원 간에는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들리고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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