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창희 뉴미디어부장 |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라는 것이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에 등록되어 있는 개인정보나 거래정보에 대해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삭제나 수정, 영구적인 파기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등록한 모든 자료도 이에 해당한다.
현재 전 세계 SNS 사용자가 16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세계인구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수치다. 한국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SNS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2017년까지 SNS사용자가 23억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하니 디지털세상이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러면 무수히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는 시대에 내 개인정보는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생활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등록한 사진이 무한 리트윗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별도의 저장장치를 활용했다면 추적하여 삭제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망한 뒤 SNS에 남아있는 사적인 사진 등의 정보는 개인의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삭제 권한은 기업에 있어 쉽지 않다. 구글 검색 한번으로 과거에 올린 글이나 사진도 모두 검색되는 시대다. 디지털시대에 내 데이터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면서 스트레스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인터넷 흔적을 모두 지워주는 대행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리는 사람과 또래에게 괴롭힘 당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신청을 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상담을 받는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SNS 서비스 업체도 사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스냅챗(Snapchat)' 앱은 메시지 수신 후 10초가 지나면 받은 사진이나 글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무단으로 캡처를 하려고 하면 경고 메시지도 뜬다. 스냅챗 CEO인 에반 스피겔은 SNS에 사진을 올리고 후회하는 친구를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기폭발형 혹은 휘발성 SNS로 마이피플, 프랭클리, 샤틀리, 페이스북 포크, 스피릿 포 트위터 등이 있다.
언론기사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가 여러가지 쟁점을 야기한다. 종이로 배달되던 신문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각 언론사가 기사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과거기사를 접할 수 있고 재활용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사는 하나의 역사적 기록물이 된다. 일정기간은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명예훼손 소송 등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기사의 삭제에 대한 규정이 없다. 과거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역사적 가치를 소멸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이유로 언론의 기사를 잊혀질 권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예외의 경우도 있다. 실제 겪어본 사례다. 지난해 독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결혼소식이 지면을 통해 게재된 적이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다시 재혼을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때 나갔던 결혼소식이 아직도 포털 등을 통해 검색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겪었을 불편함을 감안해 내부규정에 맞춰 서류를 받고 삭제조치를 해준 적이 있었다. 이 외에 다양한 삭제요청도 있지만 승인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제 잊혀질 권리에 대해 공감했다면 인터넷에 떠돌고 있을 내 개인정보의 유통기한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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