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유기분석표준센터장 |
영국은 1750년대에 들어와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는 긴 항해 기간 동안 선원들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에서 착안하여 레몬과 야채로 괴혈병 환자를 치료하였다. 그러나 린드의 연구결과는 당시 영국 의학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를 항해에 처음 활용한 사람은 그 유명한 제임스 쿡 선장이다. 쿡 선장은 남태평양 탐사(1768~1771) 선단에 절인 양배추와 과일을 충분히 준비함으로써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막는데 성공하였다.
괴혈병의 원인이 비타민 C 결핍 때문으로 밝혀진 것은 이보다 세월이 많이 흐른 1932년이다. 1800년대 말 일본 군함의 수군들은 다리가 붓고 마비되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각기병에 시달렸다. 일본 해군은 군의관인 다카기 가네히로의 조언에 따라 잡곡을 포함한 식사와 부식 지급을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1910년에야 이 병의 원인이 비타민 B1 결핍으로 밝혀졌다.
이런 극단적인 영양 결핍성 질환은 고른 식사를 하는 일반인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병이다. 오늘날 영양학의 발달로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 탄수화물, 미네랄로 불리는 무기영양원소 등 음식을 통하여 섭취되는 중요한 영양성분의 종류와 인체에서의 역할, 결핍 및 과다에 따른 증상이 자세히 알려져 있다.
영양성분에 대하여 잘 아는 것만큼 대책이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요즈음 우리의 삶이 풍족해졌다. 영양결핍이 아닌 영양과다를 걱정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영양과다가 아니라 영양불균형이 문제다. 바쁜 일상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불규칙한 식사가 증가하며 균형 잡힌 식단이 무너지고 있다. 열량이 높은 식사에 비하여 비타민 및 무기영양원소의 섭취는 부족하여 영양불균형에 의한 질환이 늘고 있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영양실태에도 나타난다. 자연스레 영양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양제 복용이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한 적절한 영양섭취를 대신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영양섭취는 또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감염성 질환 및 퇴행성 질환의 예방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야말로 균형 잡힌 고른 식사는 건강과 행복의 원천이 된다.
정부도 다양한 영양정책을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질병예방으로 의료비 지출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국가건강영양조사사업을 통하여 국민의 식생활 행태 및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식품 및 영양성분 섭취량, 영양취약집단, 식사와 질병과의 관련성 등을 조사하여 정책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양성분 의무표시 제도를 도입하여 가공식품에 주요 영양성분의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외식업계로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제 현명한 소비자의 먹거리 선택기준에 영양성분 함량이 포함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발간하여 식단 구성 등에 활용하도록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그 동안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식품 유해물질 측정표준 확립 연구를 통하여 국내 식품검사의 정확도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올해는 안전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한 먹거리에 초점을 두고 영양성분 측정표준 확립사업을 시작하였다. 식품 중 주요 영양성분 측정표준을 확립함으로써 국내 측정기관들의 측정 정확도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과학적 신뢰성을 갖춘 영양성분 측정 데이터를 제공하여 정부의 영양정책 수립과 시행을 돕고자 한다. 또한 영양성분 결핍 관련 질환의 진단에 필요한 임상검사의 측정표준 확립 연구도 함께 수행한다. 이는 유아, 고령자 등 영양취약집단 뿐 아니라 바쁜 현대인들의 영양상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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