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국 건양대 창의융합대학 교수 |
그러한 일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공부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고, 강의 시간에 질문을 하는 학생도 줄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게임을 할 때 보면 몰입의 정도가 상당하다. 모르면 친구에게 물어가면서까지 열심히 한다. 그런 것을 보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과거에 비해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닌 듯싶다. 무엇이 문제일까?
원래 옛날에 교육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풍속화를 보면 회초리로 맞은 듯, 눈물을 훔치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옛날에는 일상적인 풍경이었을 것이다. 배워야 할 내용이 분명했기에 그 지식을 암기해야 했던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훈장 선생님의 지식을 아이들이 따라가지 못했을 그런 시대에는 훈장의 권위가 대단했으리라.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소통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그렇듯이 이제 더 이상 지식은 선생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선생님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교육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다. 물론 교수자들의 역할이 지식을 단지 지식으로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지식이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것인지 하는 배려의 배경 속에서 가르쳐지지만 그것이 강의를 통해서 전달되는 것은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뒤집힌 교육(Flipped Learning)이라는 교육 혁신을 우리나라 몇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 강의실에서 강의하던 내용은 강의 전에 학생들에게 주어 미리 스스로 학습하고 들어오게 하고 강의 시간에는 응용문제를 흥미 있게 제시해 학생들이 미리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팀을 이뤄 학생들이 함께 풀도록 함으로써 소통을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스스로 키울 수 있게 하는 교육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교육상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학생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고 교감 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이고,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자기주도성을 키워준다는 점이다. 이 교육의 성패는 학생들이 예습할 내용과 강의를 교수자가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에 있으며, 또한 학생들이 미리 얼마나 예습을 철저히 해오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이런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철저하게 설계된 계획에 의해 수업이 진행됨으로써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나의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나중에 내가 지도교수님으로 모셨던 C 교수님의 강의를 처음 듣게 되었는데, 그 분의 명쾌한 논리와 열정적인 강의는 나에겐 하나의 감동이었고 하나의 자장이었다. 그분의 강의를 들을수록 그 자장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 결국에는 그 어렵다던 고전문학을 전공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강단에 서면서 그 분 같은 스승이 되기를 꿈꾸며 강의에 열정을 쏟았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잘 설계된 교육 속에 과거 필자가 은사에서 받았던 그런 정서적 교감을 잘 녹여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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