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
이에 건설업계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시적으로 유예됐지만 2년 후부터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적용 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최저가낙찰제를 현행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할 경우 중소·지역 건설업계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 위기가 높다.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재도 어려운 건설업계가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쟁점은 국민의 정부 이후 공공사업의 경쟁 촉진과 예산 절감을 목표로 시행해온 것이 300억 원 하한선의 가격중심 낙찰제도다. 거듭된 낙찰률 하락으로 끊임없는 논쟁이 지속됐음에도 확대 시행하려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 건설업계를 분발시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정부의 복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해 볼 것이 보여도 일단 일감이 없고 직원들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가투찰을 하고 공사가 시작되면 보다 저렴한 하도업체, 자재, 장비를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품질은커녕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하자보수 등 추가비용 소요를 가져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유지보수를 포함한 건물 총 생애주기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예산 절감이 아니라 낭비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저가 낙찰제가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대기업들과 경쟁하기도 힘들어진다.
낙찰률도 50~60%대의 저가수주가 보편화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의 현 상황에서 공사를 수주한다 해도 적자만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도 등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최저가로 낙찰 받은 원도급자는 손실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체들에 일부를 전가한다.
종합건설업체가 생존을 위해 전문건설업체를 쥐어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최저가 낙찰제 때문에 원청업체가 적자 수주를 감행하다 보니 하도급 업체에도 고스란히 위험을 전가해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관행이 발생한다.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해 적정한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예산을 절감하자는 취지엔 충분히 공감하나,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소홀히 한 채 무조건 강행한다는 것은 건설산업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가격중심으로 최저가낙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건설 선진국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품질우선의 최고 가치낙찰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결과가 중소기업들에게 덜 미치도록 근본적인 보완책이 강구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동반성장으로 상생을 주문하고 있으면서 정작 공공부문에서 오히려 저가낙찰을 앞장서고 있다.
저가로 경쟁을 촉진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예산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저가낙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장비, 자재 납품 업체 등에 저가 낙찰의 손해를 떠넘길 수 없는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는 것이 우선 할 일이다.
정부는 건설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예산 효율만 강조하며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는 것보단 합당한 대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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