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산 임금봉에서 바라본 공주 반포면 하신리 전경. |
(2)곡절 겪는 산제당과 주민들
10월 초하루 매년 제례를 지내던 공주 하신리 산제당터가 주민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마을 이름으로 토지대장에 등기할 수 없던 산제당터는 동네 큰 어른들의 공동명의로 등기를 내 공동으로 소유했다가, 1970년 15명, 1984년 4명에서 1988년 1명(전 이장) 등기로 바뀌었다.
이후 주민들이 산제당 터로 여기던 마을 앞 임금봉 자락의 큰황골에서 작은황골까지의 산은 5개 필지로 분할돼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다.
산제당터가 분할되고 매각될 때는 동학사온천개발지구가 발표되면서 부동산 바람이 불 시기였다. 마을 공동소유의 산과 들은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하신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신리를 가운데 두고 앞뒤 할 것 없이 모두 마을소유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그런데 1990년 들어서부터 산제당터는 조각나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고, 전체 산제당터(3만㎡) 중 산제당이 자리한 터(3185㎡)는 공매를 통해 1990년 당시 22살 여성이 등기했다. 현재는 경매를 통해 한 농업법인이 최종 등기자가 됐다. 산제당터의 소유가 타인에게 넘어갔지만, 주민들은 20년간 산신제를 지내왔고, 산제당을 관리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산제당을 보유, 관리해온 하신리마을회를 중심으로 산제당터 되찾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산제당터 매각 절차와 책임 등을 놓고 전ㆍ현직 이장을 중심으로 마찰을 빚으면서 논란이 불거져 왔다.
현 마을 이장은 “산제당터는 팔지 않겠다는 결의가 1988년 주민총회에서 있었다”며 “명의를 신탁받는 사람이 동의 없이 토지를 넘긴 것이 문제이고, 이 땅은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일로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이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환 소송 법정 증언대에서 섰던 전 이장은 당시, “명의신탁이 아니라 매입한 것으로 산을 팔기 위해 주민총회를 35번 개최했지만, 반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ㆍ현직 이장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산제당터를 향한 주민들의 바람이 오히려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유권 논란으로 분열과 갈등을 키우기보다 하신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던 산제당과 그 터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유권자에 의해 산제당터가 자칫 다른 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환 소송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산제당터(3185㎡)를 소유한 농업법인 관계자는 “산제당 활용 방안을 협의하자는 내용의 등기를 마을회에 수차례 보냈으나, 답이 없다”며 “주민에게 산제당터가 중요한 의미인 만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일은 법정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거나전통이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끝>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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