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희 서산 고북초 교사 |
우리 반 학생들은 항상 그런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심지어 내가 아침에 교무실에 있으면 우리 반 학생들은 교무실 밖에서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지어준 우리 반 별명은 '병아리들'이다. 내가 어딜 갈 때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 반 학생들의 모습이 어미 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들 같기 때문이다.
교실에 온 우리 반 학생들은 나의 일거수일투족도 궁금하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은지 “선생님 주말에 뭐하셨어요?”, “선생님 오늘 사회 먼저 하면 안돼요? 저희 모둠이 어제 모여서 모둠 숙제로 보고서 예쁘게 꾸며서 왔어요” 등 자랑하고 싶어서, 또는 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알려주려고 내 책상 앞에 우르르 모여 나에게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는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이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나의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우리 반 학생들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만 하다.
우리 반과 나를 이어주는 마음의 통로는 참 많다. 가끔은 일기장이 학생과 나만의 비밀공간이 되기도 하고 교실 구석의 책 읽는 공간이 우리 반 학생들과 나만의 즐거운 놀이장소가 되기도 한다.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들과의 일상들이 나에겐 더 없는 추억이고 행복이며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너무 소중하다. 이렇게 이런 소소한 행복 속에서 하루하루가 즐겁기도 하지만 나는 선생님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이들에게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에게 그만큼 사랑을 보여줄 때인 것 같다.
하루는 내가 우리 반에 마술을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정말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에 생각해 낸 작은 마술이벤트였다.
그 마술은 연습은 많이 했지만 아이들 앞이라 그런지 떨려서 조그마한 하트를 모아 큰 하트를 만드는 간단한 마술이었는데도 실수 연발이었다. 그 마술을 본 우리 반 학생들은 너무 신기했다며 좋아해 주었다. 내가 우리 반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면 그에 10배는 더 많은 사랑으로 나를 대해주어 이 아이들이 나는 너무 고맙기도 하고 '아…. 선생님이 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존 헌츠만은 말했다. '주면 줄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 내 인생에서 금전적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큰 거래를 성사시켜 엄청난 수익을 올려 흥분했을 때가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때 찾아왔다. 하나를 더 주면 그만큼 행복해진다. 그리고 행복해질수록 베풀기는 더 쉬워진다'라고. 내가 학생들을 가르쳐 줄 수 있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돌봐줄 수 있고 바른 길로 이끌어 갈 때 그 학생들이 나를 따르고 믿어주는 것, 선생님과 학생의 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나는 교사로서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복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종례시간의 인사가 끝나고 우리 반 학생들은 나에게 안아달라고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온다. “엄마~ 내일 봬요”라면서. 집에서는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이 엄마이지만 학교에서는 내가 자신들을 보살펴주기 때문에 선생님이자 엄마라는 것이 우리 반 아이들의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학교에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고 일 년 동안 맡은 이 아이들은 내 삶의 전부이자 낙이 되어버렸다. 동아리활동이나 방과 후 수업에서 맛있는 요리, 예쁜 작품을 만들면 선생님 드려야 한다고 자신이 만든 음식, 작품을 들고 달려오는 아이들. 주말에 좋은 곳으로 놀러 가거나 재미있는 것부터 발견하면 '아, 우리 아이들한테 보여주면 참 좋아하겠다!'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사진부터 찍고 연습부터 해보는 나. 이렇게 우리 반과 나는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의 삶에 녹아들어 조금씩 닮아가고 서로의 행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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