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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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는 서구문명을 받아들이자는 취지에서 신정을 지내고 구정은 쉬지 못하게 관에서 다스린 적이 있었다. 소위 이중과세라는 구실을 붙여서 제재했던 것이다. 양(陽)의 기가 한껏 모인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설날로 지내온 것이 얼마인데, 그것을 말살하고 인위적으로 명절을 바꾸려 했던 것이다.
사실 설날을 양력으로 지내는 것은 일본에서 들어온 세시문화다. 그래서 흔히 이날을 '일본명절'이라고 했다. 이처럼 일본의 침략으로 수난을 겪는 사이에 밀고 들어와 우리의 문화를 혼란시킨 예는 무수히 많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것은 언어다. 우리 말 속에는 일본어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생활 속에도 그들의 사고가 많이 배어 있다. 하루속히 걸러내야 할 일이다.
우리 옛 임금들이 내린 교지를 보면 테두리 선이 없다. 대륙 국가이기에 선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바닷물로 에워싸인 섬나라이어서 테두리를 확실히 하려 한다. 모든 서류 양식에는 테두리 선을 긋는다. 일제 침략기에 들어와 그들이 남긴 테두리 긋기 문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마치 전라도의 '나주시'를 인위적으로 '금성시'로 바꾸려 했지만 국민적 혼란만 초래하고 종내에는 다시 '나주시'로 되돌려놓은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처럼 국민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기존의 문화를 제도나 법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커다란 상처만 주고 혼란만 야기하게 된다. 물론 국가의 존폐를 가늠할 일이든가 국민적 의식 개혁의 밑거름이 되는 정책이라면 마땅히 부작용이 있더라도 시도되어야 하겠으나 그렇지 않고 작은 소득에 큰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한 다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전통문화에 새로 도입된 외래문화가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보는 신사대주의도 문제다. 새로운 문화는 반드시 가치가 있고, 기존의 것은 무가치한 것으로 인식하려는 국민적 의식은 고쳐져야 한다. 새로운 문화란 반드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우리에게는 없었다는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지금부터 명석한 판단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이러한 문화나 의식의 변화 시도는 우리 국민성이 조급한 데서 오는 것도 있다. 하나의 변화의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앞으로 미칠 영향과 도래할 사회에 대한 청사진이 나온 후에 시도해도 늦지 않다. 서두르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심사숙고한 끝에 선택해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너무 성급해 법을 만들어서 합리화하고, 제도를 바꾸어 급조시키려다 보면 커다란 아픔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너무 조급해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 하고 일사불란한 변화를 요구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서서히 흐르는 물의 슬기를 배울 일이다.
이제 완전히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설날로 해, 제대로 명절을 지내게 된 것은 신바람 나는 일이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이렇게 모순되게 바꾸어 놓은 것이 있다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제가 저질러 놓은 것들이다.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일본의 이질적인 문화를 걸러내는 작업은 미뤄 둘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가치 있는 것은 당연히 섭취해야 하고, 우리의 고유문화를 위해 하는 것은 제거해야 한다. 또 서로 인정해야 할 것도 판단해야 한다.
온전한 설날을 맞은 올해에는 우리 것으로 되돌려놓을 것이 또 없는지 찾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문화가 엉뚱한 외래문화에 말살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로 세우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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