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사실 오늘날도 그렇지만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것은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로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몇 십 년이나 흐른 뒤에 재심에 의해 무죄를 받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고문당한 진우를 치료한 의사의 제보가 있었고 증인으로 나와 치료한 사실을 증언하지만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부림사건'의 경우 이러한 의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영화에서와 같이 실제로 치료한 의사가 나와 증언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히 무죄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군사독재정치 하에서라도 명백한 증거를 무시할 만큼 용기 있는 판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당시 상황이었다면 아예 그러한 의사가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사기관은 어떻게 하든지 사전에 의사가 증인으로 나오는 것을 막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송변호사는 판사에게 외국신문사 기자들을 부르겠다는 등의 협박으로 판사로 하여금 의사의 증언을 듣게 하지만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지 현실적으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판사가 협박으로 절차상 증인으로도 채택되지 않은 증인을 재정증인으로 증언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더 나아가서 이 부분을 의사가 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검찰이 증언한 의사가 탈영범이라는 죄를 씌워 증언이 효력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갔지만. 그러나 결국 이들은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죄로 형을 받게 된다.
사실 영화이기에 그냥 눈감아줘야 할 부분이다. 왜냐하면 실제 탈영범이라 하더라도 그가 의사로서 사실대로 증언했다면 그 증언내용은 사실로서 인정될 수밖에 없고 실제 이들의 상처까지도 법정에 현출됐다면 법원으로서는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부분에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고 한 것일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면서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고문에 의한 자백강요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철저하게 유린되는 것을 보면서도 이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태연하게 수행하는 수사관들에 대한 의로운 분노 때문이리라.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